아이들의 체격이 서구 선진국을 따라 커지고 있다는 보고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그중에는 평균 신장이 커졌다는 즐거운 소식도 있지만 얼마 전 발표된 소아과학회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처럼 비만아동이 늘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서구 선진국의 사례를 따라가지 않으면 더 좋을 것 중 하나가 소아 및 청소년 비만의 증가다. 소아 청소년기 비만은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지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등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과거에는 이러한 만성질환이 성인이 된 후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요즘 연구에서는 소아 청소년기에 이미 이런 만성질환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어릴 때 살이 좀 찌더라도 축적된 영양이 나중에 키로 갈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한다. 요즘은 절대적인 영양이 부족해서 키가 크지 않는 경우보다는 편식이나 패스트푸드 섭취 등이 더 문제다. 영양소의 불균형과 무거워진 몸으로 신체활동을 기피해 제대로 된 성장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비만으로 인한 정신적 부작용도 크다. 특히 ‘살찌는 것은 자기조절능력이 떨어지거나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의식하게 된 아이는 주변으로부터의 비난을 두려워하게 된다. 이 때문에 비만한 아이들은 정상체중 아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 또래 집단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등 대인기피, 우울증, 불안, 음식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비만클리닉에서도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마지못해 따라 온 듯한 어른 체격만 한 아이가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 채 엄마 옆에 앉아 있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잘못을 지적하는 엄마를 힐끗 쳐다보며 눈치를 보기도 하고 엄마의 말에 반항적인 눈초리를 간간이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성인 수준의 자기통제능력’을 요구하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다. 사실 소아 및 청소년기 비만에 대한 대응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물론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식이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이가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식습관도 자연스럽게 바꿔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부모의 서투른 개입은 한창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그렇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만을 강요한다거나,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아이에게 수영이나 에어로빅같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몸매를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 운동을 강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모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간섭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든 병이 그러하듯이 비만 역시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이 필수적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학교 기반의 비만 예방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사례가 많이 있다. 비만만 이슈화하여 겁을 주는 교육은 오히려 비만한 아이들을 더 위축시키고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연령대에 적절한 영양 및 보건교육을 충분히 받게 하고 체육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신체활동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업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교육 내용의 체계적 점검 또한 필요하다.
우리 아이는 뚱뚱하지 않으니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도 좋지 않다. 지금 비만한 성인들 중에 어릴 때 비만하지 않았던 사람도 많지 않은가.
박경희 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