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3만2000명. 그러나 학생 회관이 없다. 서점도 없고 학교 신문사도 없다. 책 48만 권이 있는 도서관은 하루 10시간 만 문을 열고 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학교에 있는 컴퓨터 100대 가운데 인터넷 접속이 되는 컴퓨터는 30대 뿐이다.'
뉴욕타임스 기자의 눈에 비친 프랑스 대학의 현실이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낭테르에 있는 파리10대학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이 대학의 모습은 재정이 부족하고, 조직도 엉망인데다 외부 세계에서 요구하는 변화마저 거부하는 프랑스 대학교육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한심하다는 투로 낭테르 대학의 풍경을 계속 소개한다.
'교수들에겐 연구실도 제대로 없다. 교실은 좁아서 시험 때가 되면 다른 곳에서 의자를 찾아와야 한다. 늦은 오후엔 캠퍼스는 텅 비어버린다.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하며 학생들이 여가 시간을 보낼 공간도 없다.'
학생들 스스로도 가치 있는 교육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한 학생은 "대학은 실용적이지 않은 이론만 배운 학생들을 쏟아내는 공장"이라면서 "학위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학은 1968년 학생 혁명을 계기로 대학입학자격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로 대학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대학을 되살리려는 노력보다는 최고 엘리트를 양성하는 '그랑제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편 르 피가로는 13일 대학에 등록만 한 뒤 수업에 나오지 않는 '유령 학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파리4(소르본) 대학의 경우 일부 학과의 학생 가운데 10∼20%는 등록만 한 뒤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이런 학생들은 집세 보조, 교통 및 공공요금 할인 등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위해 학생신분만 유지하고 있을 뿐 학업에는 뜻이 없다.
장 로베르 피트 총장은 "이런 학생들이 대학의 이름과 평판을 악용하고 있다"며 "프랑스 대학 시스템의 부패 증상 가운데 하나"라고 개탄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