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다.
물 담긴 사기그릇 속에서
흠뻑 웃고 있다.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저리 신나게 웃는 어머니를,
어금니 사이
푸른 이끼 한 줄,
나 몰래 무슨 즐거움 씹어 잡수셨을까
나는 불안하다
턱이 없는 어머니가
아침이면 턱 안에서
굳게 갇힐 웃음이,
턱을 빠져나온 웃음이 밤마다
목욕탕을 뒤흔든다
저 웃음을 어머니 턱 안에서
완성시켜드리고 싶다
― 시집 ‘자라’(창비)중에서》
믿을 수 없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가지런히 빛나는 저 웃음. 시리디 시린 냉수 속에서도 활짝 웃는 저 웃음, 웃을수록 오히려 섬뜩하다. 얼마나 많은 치통과 충치의 나날과 바꾼 모조 웃음인가. 하나 둘 옥수수 알 발려 먹이듯, 세월과 자식들에게 내어준 치열이었을 것이다. 믿을 수 없다. 웃어도 대문니부터 어금니까지 한꺼번에 웃는 저 웃음. 달그락거리는 틀니일지언정 부디 남 몰래 씹어 잡수실 즐거움 끊이지 않기를. 틀니쯤 벗어던지더라도 오물오물 만두피 같은 입술 새로 터져 나오는 웃음 그치지 않기를. 딱딱한 뼈의 웃음이 아니라 부드러운 살과 근육의 웃음을 되찾으시기를. 오월 불효들 올림.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