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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미디어로 여는 세상’

입력 | 2006-04-15 03:01:00


◇미디어로 여는 세상/강정훈 외 지음/191쪽·8800원·한나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변신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악당은 주인공이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걸까? 아니 주인공은 왜 처음부터 변신을 하지 않고 온갖 고생 끝에 하는 걸까? 이 책은 청소년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미디어를 대상으로 청소년들이 품을 법한 의문들을 제기하고 그 이유를 밝혀 준다. 그래서 반복 학습으로 무뎌진 우리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알게 모르게 가지게 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벗겨낸다. ‘슈렉’이 패러디와 비틀기를 통해 굳어진 우리들의 생각을 깨우치듯 말이다.

하필이면 미디어일까? 맥루한은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고 말한다. 매체는 그저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쉽게 말해 종이사전을 보는 사람과 전자사전을 보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까닭에 청소년 문화의 중심에 미디어가 자리 잡고 있는 한 미디어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더욱이 만화,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 광고, 대중음악에서 영화, 신문까지 온갖 미디어는 청소년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영화와 TV 드라마가 즐겨 다루는 10대의 성(性) 이야기 속에서 청소년들은 잘못된 환상을 가질 수도 있고, 특별한 이야기를 보편적인 일로 여길 수도 있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광고만 보면 소비 유혹을 느낄 수도 있고 경품과 이벤트에 혹해 중요한 개인 정보를 아무 생각 없이 흘릴 수도 있다.

상업적이고 소비적인 세상의 논리에 맞서고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은 미디어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올바른 활용법을 익혀야만 한다. 미디어가 가진 순기능과 역기능을 조목조목 따지고 바람직한 행동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자아 형성과 정체성 확립에 이바지하려는 이 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새로운 사회 문화적 현상을 바탕으로 수험생의 사고능력과 문제의식을 검증하는 게 논술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디어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 보자. 특히 주제마다 곁들인 ‘한 뼘 더’는 한쪽으로만 치우친 독서와 문화의 편식성에서 벗어나 바람직하고 능동적인 문화 소비자로 거듭나는 길잡이가 되게 할 것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