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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Young 디자이너]구두 디자이너 이겸비 씨

입력 | 2006-03-27 04:41:00


구두와 목욕의 공통점은?

지난해 11월말 ‘디자인 메이드전’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는 거대한 분홍색 하이힐 욕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구두 디자이너 이겸비(33) 씨의 작품이다.

그는 ‘이신우 컬렉션’ ‘쌈지’ ‘빈치스벤치’ ‘오브제’ 등에서 패션 브랜드 슈즈 라인을 총괄 진행한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다.

그가 생각하는 구두와 목욕의 공통점은 여성을 자아도취에 빠지게 한다는 것. 그는 뾰족한 하이힐이 만들어 내는 마법과 유혹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구두를 ‘유혹을 담는 스푼’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가 디자인하는 구두는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즐겨 신어 더 유명해진 마놀로 블라닉처럼 섹시하고 기발하다.

지금까지 그가 디자인한 작품에는 구두 굽 대신 은구슬이 달려 있거나, 음료수 캔을 이용해 구두 굽을 만들고 발등을 캔 뚜껑으로 장식한 ‘캔 슈즈’ 등 전위적인 디자인이 많다. 물론 이런 구두는 일상용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파티에나 신고 가야 할 듯한 화려한 구두 외에도 평소 신을 만한 구두도 많이 디자인했다. 기능적으로 편안하고 튼튼한 것은 기본이다. 그의 디자인에는 은근한 섹시미와 유머가 가미된다. 이런 구두들은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디자인한 발레리나 슈즈를 닮은 구두 ‘스포틸’은 홍콩에서도 복제품이 나돌 정도였다.

그는 원래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이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신우 컬렉션에 들어가 토털 액세서리 파트에 근무하면서 구두 디자인에 푹 빠져 버렸다.

몇 년 전만 해도 구두는 의상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주변에선 왜 옷이 아니라 구두를 만드냐고 말렸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로운 법. 2001년에는 구두에 관한 열정을 담은 이미지북 ‘슈즈’를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자신의 브랜드인 ‘이홍겸비’를 출범시켰다. 패션 브랜드 쌈지와 함께 작업한 ‘겸비 vs 쌈지’를 통해서도 그의 구두를 만날 수 있다.

구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관심은 기발하고 다양하다.

그는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에서 전시회 ‘아트 앤 쿡’을 연다. 음식과 신발? 이번에는 어떤 세계를 보여 줄지.

전은경 월간 ‘디자인’ 기자 lilith@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