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일본의 차기 총리 후보 경쟁에서 유력 주자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8∼19일 전국 유권자 1849명에게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물은 결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47%, 후쿠다 전 관방장관이 20%의 지지를 얻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의 지지율은 각각 5%와 4%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아사히신문이 조사했을 때 아베 장관의 지지율은 33%였던 데 반해 후쿠다 전 장관은 고작 2%였다. 또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의 10∼12일 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5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후쿠다 전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15∼17일을 기준으로 볼 때 경쟁구도가 ‘1강3약’에서 ‘2강2약’으로 눈에 띄게 변한 것.
자민당 안에서는 “두 사람의 대결구도가 강해질수록 후쿠다 전 관방장관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아래서 관방장관을 지냈고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모리(森)파에 속해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 같은 공통점보다는 상반되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먼저 아베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지지하면서 대(對)북한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는 ‘매파’로 분류된다.
반면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을 주장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51세인 아베 장관이 자민당 소장파와 중견그룹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69세인 후쿠다 전 장관은 노장그룹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차기 총리를 뽑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는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당내 파벌 간 역학관계의 변화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모리파 내부 의견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셈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