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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건강찾기]속쓰림과 위통증

입력 | 2006-03-20 03:04:00


국내 H증권사의 자산관리사(FC)인 윤천식(34·경기 하남시 신장동) 씨는 만성 속쓰림 환자다. 속쓰림에 좋다는 젤 타입의 위장약(제산제)을 사무실 서랍에 소복하게 쌓아 놓고 먹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제산제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복용한 지 한두 시간 뒤면 다시 속이 쓰려 하루 3, 4개는 먹는다.

기대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주가지수, 여기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부담감은 ‘증권 맨’이라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윤 씨는 한 달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속이 아프고 가끔은 가슴이 뒤틀리는 것 같아 정밀검진을 받기로 했다.

10일 찾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의 정훈용 교수는 간단한 문진 후 위내시경 검사를 권했다.

“위내시경 결과를 보니 예상대로 ‘역류성 식도염’이네요. 여기 위와 식도가 이어지는 부위를 보세요. 정상인은 표면이 매끄러운데, 파인 부위가 있죠? 위산이 계속 역류하면서 상처를 낸 거예요.”(정 교수)

“그럼 위염이나 위궤양이 아닌가요?”(윤 씨)

“예,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가슴이 아픈 게 특징이에요. 심장병인줄 알고 흉통센터로 가는 환자도 있어요.”(정 교수)

또 걷거나 서 있을 때보다 눕거나 잠을 잘 때 증상이 심해진다. 위와 식도가 수평을 이뤄 위산이 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위산이 왜 식도로 올라가나요?”(윤 씨)

“일반적으로 세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해요. 우선 위산이 많아서죠. 그러면 위에서 식도로 올라갈 가능성이 많죠. 흔히 ‘위산과다’라고 하지만 하루 동안의 분비량은 정상인과 환자가 비슷해요. 다만 나오지 않아야 할 때 많이 나오는 게 문제죠.”(정 교수)

우선 불필요한 위산의 분비를 막으려면 ‘위를 비울 때는 비우고, 채울 때는 채워야’ 한다.

일부 환자는 위나 식도의 점막이 과민해져서 적은 위산의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쉽게 점막이 반응하도록 만들 뿐 아니라 위산의 분비도 자극하기 때문에 위 환자엔 반드시 피해야 할 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술도 마셔 보고. 하지만 술을 마신 뒤엔 속도 더 아프던데요.”(윤 씨)

“술은 절대 피해야 해요. 술은 주로 저녁 늦게 마시잖아요. 그러면 자는 동안에도 위에 음식이 남아 있고 위산이 계속 나오기 쉽죠. 적어도 잠자리에 들기 3, 4시간 전에는 술이나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좋아요.”(정 교수)

“요즘에는 속이 심하게 쓰려서 아침마다 위에 좋다는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데….”(윤 씨)

“위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가 살고 있어요. 유산균은 HP의 활동을 둔화시키지만 죽이지는 못해요.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먹을 때뿐 근본적 치료는 안 됩니다.”(정 교수)

젤 타입의 제산제도 점막을 보호하고 위산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근본적 치료는 아니다. 제산제의 주요 성분인 칼슘 마그네슘 등이 많아지면 위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

“우선 생활 습관부터 바꾸세요.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과식하지 마시고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면 위산이 많아져요.”(정 교수)

또 위 속의 압력이 높아지면 위산이 역류할 수 있으니 몸에 꼭 조이는 옷은 입지 않는 게 좋다. 식사 후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활 습관을 고쳐도 나아지지 않을 땐 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이나 점막 자극에 대한 반응을 늦추는 약 등을 사용하게 된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전문가 진단

증상은 1주가량이면 좋아지지만 움푹 파인 상처(식도염)가 나으려면 8주는 걸린다.

속이 쓰리거나 위 또는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실제로 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속 쓰림과 위통 환자 대부분은 과다한 위산 때문에 위벽이 헌 ‘소화성 궤양’이나 또는 위염 등 위 자체의 이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이 손상되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점막이 파인 경우가 30%, 위산의 자극을 받아 점막의 색이 변한 경우도 20%나 된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식생활 등 서구화된 생활 습관의 영향이 크다. 기름진 음식은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며 그동안 끊임없이 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의 양(量)과 관련이 있지만 우리 몸이 위산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도 관련이 있다.

즉, 식도나 위벽 점막의 과민도가 높을 땐 적은 위산에도 크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을 경우 우리 몸의 ‘방어능력’이 떨어져 정상적 자극도 과다한 자극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스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위에 음식이 머무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조절하고, 술과 담배를 자제하며 적절하게 운동하면 지속적인 위산의 자극을 막을 수 있다. 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가벼운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생활 습관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제산제, 위산분비억제제, 점막보호제,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정훈용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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