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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현구]자치단체장의 예산낭비 책임 따져야

입력 | 2006-03-10 03:11:00


최근 감사원 감사에 의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 운용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기초단체 Y시는 지난해 서울의 정부중앙청사 본관(2만3000평)보다 큰 청사(2만4000평)를 새로 지어 입주했다. 행정자치부가 제시한 기준 면적보다 41%나 큰 규모다. 심지어 기준 면적을 172%나 초과한 기초단체도 있다고 한다.

자치단체가 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54%)을 쓰는데도 단체장의 이러한 낭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출직인 단체장은 궁극적으로 선거에 의한 ‘정치적 책임’을 지면 그만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해법은 ‘관리적 책임’을 확보하여 정치적 부담을 주는 것인데, 지방의회의 견제나 주민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고 중앙 부처의 감독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민선 자치 10년’을 계기로 예산 운용 등에 관한 종합감사를 실시한 것은 명분이 있다고 본다. 영국이나 독일은 자치단체 감사만 전담하는 독립기구를 두고 있다. 영국 감사위원회는 성과 감사 결과의 문제점이 심각한 경우 중앙정부가 해당 자치단체의 행정기능의 일부(예: 교육) 또는 전부를 접수해 인접 자치단체에 맡겨 버린다. 심지어 민간기관에 위탁하기도 한다. 단체장의 자치권보다는 주민의 복리가 우선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에서 ‘합법성 감사’의 차원을 넘어 ‘시스템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둔 것은 평가할 만하다. 감사원은 주무 부처에 대한 보완 감사를 실시했다. 또 전문가에게 자문해 투자심사 종합관리시스템 등 49건의 제도 개선 사항을 마련해 관계 기관에 권고했다.

하지만 ‘시스템 감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행 ‘경제성 위주의 성과 감사’로는 한계가 있다. 능률성이나 효과성과 같은 ‘결과 중심의 성과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 주요 사업이나 제도가 주민 생활에 미치는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예산 집행의 타당성과 제도 개선에 관한 심층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에서 문제가 된 단체장 19명 중 수사 의뢰를 한 1명을 제외하고는 18명 모두 행자부 장관을 통해 개인 차원의 ‘주의’ 처분을 했다. 이것은 아직도 ‘합법성 감사’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 성과 감사를 지향한다면 직접 단체장의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징계 요구나 고발을 당한 직원이 많은 자치단체의 장에게도 감사원이 ‘주의’ 처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주의’ 외에 ‘경고’나 ‘문책’ 등의 처분 유형을 추가로 도입해 경중을 가릴 필요가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정치 감사’의 시비를 없애려면 우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여 진정한 ‘생활자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감사원 감사의 독립성을 확고히 하여 신뢰를 쌓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민선자치 10년간은 ‘분권과 자율’이라는 수단 가치를 앞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책임성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적 가치는 ‘주민의 복리 증진’에 있기 때문이다.

김현구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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