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회복 조짐을 보이던 한국 경제에 다시 심상치 않은 기류(氣流)가 흐르고 있다. 수출과 함께 경제성장을 이끄는 한 축인 내수(內需)가 올해 1월 크게 위축됐다. 설비투자도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했다. 조금씩 나아지던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수출과 경상수지 악화에 이어 다른 부문에서도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본보 2월 28일자 A2면 참조
정부는 “경기 회복 국면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추세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매우 우려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승용차 판매 한달새 13.7% 줄어
통계청은 1월 소비재 판매가 지난해 12월보다 3.9% 줄어 2003년 2월(7.9% 감소)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28일 밝혔다.
소비재 가운데 승용차 판매가 한 달 전보다 13.7% 줄어드는 등 내구재 판매가 6.6%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월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11월(6.6%), 12월(12.6%)에 비해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전년 동기대비 산업생산 증가율도 6.4%에 그쳐 지난해 12월(11.3%)의 절반에 그쳤다.
통계청은 산업 활동 동향 지표가 부진한 원인에 대해 “자동차 특별소비세 환원이 지난해 말로 끝나 지난해 12월 급증했던 자동차 판매가 1월에 크게 감소한 영향이 크다”며 “이런 불규칙 요인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세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환율하락으로 기업들 죽을 맛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확연히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최근 전국 2700여 개 업체(제조업 1833개)를 조사해 28일 발표한 ‘2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81로 1월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보는 업체가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업황 BSI가 전달보다 하락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수출기업 내수기업을 막론하고 모두 떨어졌다.
이들은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23.9%)을 꼽았으며 내수 부진(19.7%), 원자재 가격 상승(13%), 경쟁 심화(10.4%) 등도 체감경기를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체감경기 악화에 대해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들어 있었던 데다 환율 하락의 영향도 컸다”면서도 “하지만 경기가 나빠졌다고 단언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회복조짐 경기에 심상치 않은 기류
문제는 내수가 눈에 띄게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증가세가 꺾여 뚜렷한 ‘성장 엔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부는 당초 올해 경상수지가 160억 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1월 경상수지가 1억4000만 달러 흑자에 그치자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낮출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줄어든 주 이유는 환율 하락 및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수출 부진 때문. 지난해 연평균 12%였던 수출 증가율(통관 기준·전년 동기대비)은 1월 3.8%로 크게 하락했다.
만성 적자인 서비스수지도 대규모 여행수지 적자로 그 폭이 크게 늘었다. 일반 여행과 유학·연수를 포함하는 여행수지는 1월 12억2000만 달러 적자를 내 사상 최대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연초 경기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 회복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출 등 대외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크게 낮아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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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