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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 워치]GM없는 ‘GM의 도시’

입력 | 2006-02-22 02:59:00


미국 인디애나 주 앤더슨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활기가 넘치던 도시였다.

당시 인구는 7만 명. 이중 2만2000여 명이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 근무했다. 앤더슨 시민들은 헤드라이트에서 자동차 경적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을 생산했다.

그런데 GM이 경영난으로 공장 문을 닫으면서 인구가 5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현재 자동차 생산과 관련해 남은 일자리는 GM에 자동차부품을 공급하는 델파이와 가이드코퍼레이션에서 일하는 근로자 2600여 명이 전부다.

그렇지만 앤더슨 경제는 여전히 GM에 의존하고 있다. 이유는 1만여 명에 이르는 GM 퇴직 근로자 때문.

뉴욕타임스는 20일 “GM의 앤더슨 공장 문은 닫혔지만 과거 GM이 잘나가던 시절 노조와 맺은 ‘후한 단체협약’ 때문에 앤더슨은 여전히 ‘GM 복지국가’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앤더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세인트존메디컬센터 환자의 20%는 GM 퇴직자. GM은 퇴직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의료비까지 부담한다. GM 공장에서 일하다가 35년 전에 퇴직한 이바 하젤보커(96) 씨는 “GM이 없었더라면 삶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뿐만 아니다. 앤더슨의 식당과 쇼핑몰은 모두 GM 퇴직자들의 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식당은 GM 퇴직자들에게는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GM 연금이 앤더슨 경제의 ‘생명선’인 셈이다.

GM의 후한 연금과 의료비 보조는 근로자들에게는 최고 선물이지만 GM에는 큰 부담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GM이 의료비를 보조해 주는 퇴직자는 이미 67만9000명으로 회사 재정에 큰 압박요인이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연간 의료보조비만 해도 1인당 평균 5000달러(약 500만 원)에 이른다.

여하튼 앤더슨의 문제는 이들 퇴직자가 사망하면 연금 지급도 중단된다는 점. 이미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GM 퇴직자들의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앤더슨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케빈 스미스 앤더슨 시장은 최근 일본과 중국 등을 방문해 투자유치 상담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