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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칠면조도 거위도 자기 생각 있단다… ‘자존심’

입력 | 2006-02-04 03:06:00


◇ 자존심/김남중 지음·이형진 그림/172쪽·8500원·창비(초등 5, 6학년생)

동물에게도 사람처럼 자존심이 있을까?

이 동화집은 표제작인 ‘자존심’ 등 7편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의 자존심을 다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자존심이 있다”는 게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이 동화집은 어쭙잖게 동물들을 의인화하는 우화 형식을 택하거나 동물과 인간의 순수한 우정을 통해 동물 사랑을 교훈적으로 늘어놓지도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칠면조와 거위들은 주인집 마당을 거만하게 돌아다니며 주인집 아들이 나타나면 공격을 해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고(‘집을 지켜라’), 모이를 주는 고마움도 모르고 경계하는 새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벼르는 아이와 새가 대치 상황을 다루기도 한다(‘백한 탈출사건’).

저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아이의 철없는 행동으로 새장을 빠져나갔다가 동네 아저씨의 안줏감 신세가 돼 죽은 새(‘백한 탈출사건’)나 똘망똘망한 진돗개 대신 반신불수의 진돗개를 갖게 된 것에 화가 난 소년의 무관심 때문에 죽은 개(‘나를 싫어한 진돗개’)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동물의 자존심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동화’ 같은 이야기만이 아니라 생명과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긴 여운을 남길 듯하다.

이야기에 따라 무거울 수 있는 결말도 군더더기 없는 문체 덕에 쉽고 담백하게 읽힌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세계의 심리를 잘 포착한 덕분에 아이들이 죄 없는 동물에게 하는 얄미운 행동도 설득력 있게 그려 냈다.

“…진돗개 강아지! 다들 입 다물고 침을 꿀꺽 삼켰지만 나는 애들이 상상하고 있는 게 뭔지 눈앞에 환히 보였다. 나한테 한 마리 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엄청난 부탁을 할 수 없어 침만 삼키는 것이다. ‘강아지 낳으면 한 마리 줄게’ 이 말만 하면 나는 당장 누구와도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수학 공식처럼 또렷이 알 수 있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