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의 기자간담회에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1월부터 ‘책임운영기관’으로 첫출발하며 비전과 운영 방안 등을 설명하기 위한 모임이었지만 되레 미술관의 내부 갈등과 불협화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23일자 인사에서 자리를 옮긴 정준모(전 덕수궁분관장) 조사연구팀장과 최은주(전 학예연구실장) 덕수궁분관장이 나타난 것이 발단이었다. 이들이 간담회장에 들어섰을 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주최 측으로부터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었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기자들은 미술관의 핵심 조직인 학예연구실의 개편 문제와 관련해 학예연구실장(공채 예정)을 비워 둔 이번 인사의 배경부터 물었다. 김 관장은 “개인적 의견 제시는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정부 시책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럼에도 일반 직원들과 함께 반대 캠페인까지 벌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이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책임운영기관 전환에 강하게 반발했던 정 팀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어 정 팀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박하자 다른 직원이 나서 “이 자리가 특정인의 해명 자리냐”며 제지하는 등 목소리가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 관장은 “관장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 전시를 하면 학예직들이 다 같이 참여해야 하는데 자기 전공이 아니라고 꽁무니를 빼는 일도 잦다. 관장은 왔다가 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있다”고 일부 학예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 팀장은 “왜 의사가 아닌 원무과 직원이 수술을 하나, 발목 잡는 세력은 따로 있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미술관의 문제와 해결책을 놓고 ‘한집안, 두 목소리’의 황당한 상황은 계속됐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예산은 270억 원. 국민은 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 전환에 대한 내부 갈등이 있는지 없는지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의 세금이 아깝지 않은 미술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고미석 문화부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