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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청룽標 ‘짬짜면’…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입력 | 2005-10-13 03:01:00

사진 제공 쇼이스트


청룽(成龍)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350억 원짜리 영화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은 산업적 측면에서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게는 아시아, 궁극적으로는 미국 시장에 내다 팔 목적을 분명히 하고 만들어진 기획영화이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의 관객이 부담 없이 즐길 만한 ‘글로벌’한 영화를 노골적으로 지향한다. 이 영화가 졸가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이것저것 와장창 늘어놓고 죄다 보여 주려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고학자 잭(청룽)은 옥수(김희선)라는 고대의 공주가 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 어느 날 잭은 친구이자 물리학자인 윌리엄(량자후이·梁家輝)과 함께 인도에서 중력을 무시하고 둥둥 떠다니는 원석을 발견하게 된다.

잭은 원석이 꿈속에 나타난 신비의 여인과 더불어 2000년간 전설 속에 묻혀 있던 진시황릉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진시황릉을 찾아 나선다.

‘신화’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요소들이 빠짐없이 들어있다. ‘인디아나 존스’ 식의 고대 보물찾기 어드벤처, ‘취권’ 식의 아기자기한 무술, ‘영웅’과 같은 비극적 서사와 대형 스펙터클, 그리고 ‘은행나무 침대’나 ‘사랑과 영혼’처럼 현세와 내세를 오가는 애틋한 러브 스토리까지. 이것도 모자라 ‘불로장생’이니 ‘환생’이니 ‘정신수양’이니 하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그럴듯한(물론 내용은 얇디얇은) 판타지에다, “검과 자네가 하나가 되더군.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네” 같은 허울 좋은 동양철학까지…. 중화권에서 인기 높은 한류스타 김희선을 끼워 넣었고, 영화에선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이리저리 교차한다.

영화의 정서는 더욱 ‘버라이어티’하다. 청룽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물론, 수천 년을 가로지르는 일편단심이란 소재가 풍기는 낭만주의, 목이 댕강 날아가는 처절함과 비장미까지 동거하고 있다.

이렇게 극과 극의 소재와 정서를 영화가 ‘원 스톱 서비스’로 한데 모아 제공하는 이유는 청룽의 개인적 체험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턱시도’ ‘상하이 나이츠’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에 출연하면서 ‘미국인들이 대책 없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밑그림을 감지했다. 게다가 지난해 나이 쉰을 넘어서면서 코믹 액션배우로서 한계를 느낀 그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출연한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부터 정색을 하고 비극적인 내면연기로 변신하며 ‘메뉴 확장’을 꾀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런 ‘글로벌 상품’은 한국 관객에게 어떤 맛으로 다가올까? 자장면을 얹은 뉴욕 스테이크를 씹는 기분이랄까. 자장면도 먹고 싶고 스테이크도 먹고 싶다. 하지만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고 싶진 않은 것이다.

김희선은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눈물이지만, 예쁘긴 예쁘다. 참, 그리고 청룽은 기자회견에서 한국말 죄다 알아들으면서 약간만 알아듣는 체하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