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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압사사고]할머니와 구경온 사촌형제 참변

입력 | 2005-10-04 03:05:00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 현장에선 친형제나 다름없었던 황인목(14) 인규(12) 군 사촌형제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돼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두 살 터울인 이들은 늘 함께 붙어 다니며 친형제보다 더 각별한 정을 나눴다고 인목 군의 친구인 이상협(14) 군은 말했다.

사고 당일 인목, 인규 군은 할머니 최순애(69) 씨, 이웃집 형 등 4명과 함께 콘서트장을 찾았다. 이들 형제는 할머니에게 출입문 쪽의 상황을 살펴보고 온다며 직3문 쪽으로 인파를 비집고 갔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는 순간 변을 당했다.

최 씨는 “인규는 집안의 장손으로 큰아들이 딸 2명을 낳은 뒤 어렵게 얻은 늦둥이였다”면서 “온 집안이 보물처럼 키웠던 아이였는데…”라고 통곡했다.

최 씨는 큰아들이 사업이 잘 안 되고 며느리마저 7년 전 사고로 숨지자 직접 인규 군을 데려와 인목 군 집에서 함께 키웠다.

인목 군은 위로 형과 누나가 있었지만 늘 인규 군을 먼저 챙길 정도로 둘 사이는 각별했다.

최 씨는 “인규가 6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큰아들이 사는 서울로 보내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밟혀서 죽었다는 생각을 하면 내 숨이 막힌다”고 울부짖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인규 군의 아버지는 이날 오후 11시경 급히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상주적십자병원으로 내려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인목 군의 어머니 노순옥(46) 씨는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실신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상주=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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