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마련한 국방개혁법안의 핵심은 ‘무겁고 느린’ 육군을 미래의 전장(戰場) 환경에 맞도록 몸집을 줄이고 날렵한 첨단 과학기술군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2020년까지 대대적인 군 구조개편과 병력 감축, 첨단 전력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예산 문제와 한미 군 당국 간 협의 등 선결과제도 적지 않다.
▽군 구조개편=육군 야전군의 최고 부대 단위인 군 사령부가 해체되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국방부는 현재 동서 전방지역을 관할하는 1, 3군 사령부를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로 통폐합하고 2군 사령부는 후방 작전사령부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육군이 ‘단일 사령부’ 체제로 휴전선 전 지역의 전장을 지휘통제하게 함으로써 전시와 평시 작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지작사 창설은 1998년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에도 검토됐으나 시기상조라는 군 안팎의 지적에 따라 추진이 유보됐다. 군 사령부 폐지는 군 구조를 육군본부 중심에서 합동참모본부 중심으로 재편해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국방개혁의 일환이다.
군단과 사단의 대폭적인 감축도 주목할 대목. 국방부는 현재 13개 군단, 49개 사단체제를 2020년까지 절반 수준인 6개 군단, 20여 개 사단 체제로 바꾸고 무인정찰기(UAV)와 신형 장비를 갖춘 첨단기계화 전력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국방부는 또 군단과 사단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전방사단을 후방으로 빼고 경비여단을 투입해 휴전선 철책경계를 맡길 계획이어서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OPLAN)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병력 감축=현재 68만1000여 명을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이는 감축안의 핵심은 육군이다. 현재 55만 명인 육군을 35만 명 수준으로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은 비대한 육군 조직을 대수술하지 않고는 미래의 첨단 기동군으로 군을 개편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는 한 해 국방예산의 절반 이상이 경상운영비로 쓰이는 현실에서 병력 감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군이 깊이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세계 최저 출산율로 갈수록 병역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규모 병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의무 복무를 마친 병사들 중 희망자를 선별해 일정 수준의 급여를 주고 추가 복무를 허용하는 ‘유급 지원병제’의 도입을 검토 중인 것도 주목할 부분. 군에 남는 병사들에게 대학졸업 학력 수준의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청년 취업난 해소와 병역 자원 감소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예산 문제 외에도 초급장교와 부사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군 내에는 많다.
▽기타=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고, 전역 후 3년이 지난 뒤에야 국방부 장차관으로 임용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또 3군의 균형 보직 차원에서 합참에 근무하는 육해공군의 비율을 ‘2 대 1 대 1’, 국방부 기무사 정보사 등 합동부대의 육해공군 비율을 ‘3 대 1 대 1’로 각각 관련 법안에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단계 지휘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해군의 전단과 공군의 비행전대를 각각 폐지하는 방안은 확정됐다.
▽전력 공백 우려는 없나=군 구조개편과 병력 감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유사시 수도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북한군의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과 다연장로켓포(MLRS), 자주포를 통합지휘하는 유도탄사령부가 창설된다.
이 밖에 무인정찰기와 차기 장갑차를 비롯한 다수 첨단전력도 개발 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리한 감군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대대적인 병력 감축을 위해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군사력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나 현 경제 여건과 예산 수준으로는 매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대북 군축 협상의 주요 의제인 감군 카드를 먼저 써 버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군 구조개편에 따른 주요 작전 변화에 대해선 주한미군과 심도 있는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번 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軍내부 반응▼
5일 국방부가 발표한 대대적인 군 구조개편과 병력 감축 계획에 대해 군내에선 ‘총론엔 공감, 각론엔 이견’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육군을 감축하고 해·공군의 전력을 강화해 첨단 기술군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에 대해선 예산 및 북한의 전투력 등을 고려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100만 명의 지상군 병력과 9개 군단, 4개 기계화군단 및 15만 명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고 지상군 전력의 70% 이상을 평양∼원산 이남에 배치하고 있어 대규모 기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유도탄사령부를 창설해 화력을 집중시키고 첨단 레이더 등으로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해 전력 공백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예산이 문제라는 것. 참여정부의 자주국방 계획에 따르면 당장 4년간 100조 원의 추가 국방예산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2020년까지 소요되는 국방예산이 총 600조 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병력 감축에 따른 예산절감액이 10조 원에 불과하고 경제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재원 마련이 국방개혁의 최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방부가 추진 중인 각종 첨단무기 도입 사업은 예산 문제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또 당초 목표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종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군 구조개편과 병력 감축에 따라 육군 장성급의 경우 일부 보직은 절반 이상 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대 직제 개편에 따라 장성 수의 조정은 불가피하며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은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정치권 반응▼
군 개혁안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미래지향적’이라는 의견과 ‘군의 현대화 세계화 추세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맞섰다. 북한의 변화를 너무 믿고 ‘감축’ 위주로만 개편한다면 자승자박의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회 국방위 간사인 열린우리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6·25전쟁 당시의 ‘보병 중심 전투조직’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에 현대전에 걸맞은 조직 슬림화와 해·공군 강화, 기동군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개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방연구원 출신인 한나라당 송영선(宋永仙) 의원은 “대(對)테러 부분이나 평화유지군 같은 ‘신 개념 군대’에 대한 전략이 없다”며 “저출산 시대가 본격화하면 50만 군대를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여성 의무복무제도 등에 대해서도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열린우리당 조성태(趙成台) 의원은 “하급 부대원과 상급 명령기관 간 시간차를 두지 않는 정보 공유가 핵심인 현대전 상황에서 다단계 지휘구조를 단순화하도록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군 병력을 줄인다는 것은 북한과의 상호 감축이 전제돼야 가능한 부분인데 우리가 너무 앞장설 필요는 없는 부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은 “모병제를 일부 보완하겠다는 정도로는 미흡하며 30만 정예군으로 하고 전면 모병제를 서둘러야 한다”며 “전방부대 총기난사 사건 등을 겪으며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군 인권강화 방안이 거의 포함돼 있지 않은 것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