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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노건일]문예委, 문화한국의 ‘블루 오션’ 개척을

입력 | 2005-08-30 03:00:00


드디어 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했다. 올해 1월에 개정한 문예진흥법에 따라 기존 관주도의 문예진흥원을 폐지하고 민간 주도의 위원회로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그동안 문화예술을 관이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아예 진보단체에 노골적으로 예산을 지원하여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문화예술위원회는 각 분야의 훌륭한 예술가들로 구성되었기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문화예술은 국민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나라의 이미지를 제고할 뿐 아니라 부(富)도 안겨 준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문화예술을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으로 삼고 있다. 우리는 ‘문화예술이 국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문화예술위원회에 몇 가지 제안한다.

우선 국민 모두에게 문화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위원회는 총 5200억 원에 이르는 문예진흥기금을 관리하며 해마다 1000억 원 이상을 기초문화예술 분야에 배분하는 엄청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문화적 결핍 정도가 높은 오지 마을과 외딴섬의 주민들까지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문화예술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음으로는 문화예술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기본적 인프라는 ‘교육’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그래서 선진국은 문화예술교육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영국은 의무교육이 이루어지는 16세까지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문화예술교육을 다양한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과 미술은 물론 연극까지도 정규과목으로 가르칠 정도이다. 어린 시절부터 ‘확실한 출발(Sure Start)’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아들에게 음악을 처음으로 접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첫 단계(First Steps)’ 프로그램, 청소년들이 영상물을 직접 제작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첫 영화들(First Movies)’ 프로젝트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에는 각 예술 분야가 망라되어 있으나 가장 중요한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빠져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 분과를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인다면 작년 말에 발의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은 현재 여당과 야당 간의 이해 상충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화예술교육 예산 확보는 물론 관련 정책 추진도 어렵다. 지난해에 문화관광부 내에 문화예술교육과가 신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국회가 국가 문화경쟁력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과 같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위원회는 우리나라 문화예술발전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창조적 미국(Creative America)’은 미국의 예술·인문학 대통령위원회에서 전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오랫동안 연구하여 만든 문화예술 종합발전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에 문화부가 예술분야 전문가들에게 위촉하여 집필토록 한 ‘새로운 한국의 예술정책’이라는 지침서가 고작이다. 문화한국을 위한 장기 종합발전계획서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문화예술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블루 오션을 개척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노건일 서울예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