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벌교읍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특산물인 ‘벌교 고막’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벌교읍 주민들이 보성군에서 떨어져 나와 인근 순천시로 옮기겠다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행정구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젠 갈라서자’=벌교읍 50여 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벌교발전과 행정구역개편 읍민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전체 주민 1만6000여 명 가운데 1만1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24일 밝혔다.
추진위는 이달 말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행정자치부, 전남도, 보성군 등에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벌교읍민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벌교읍 주민들이 행정구역 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보성읍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군청 소재지인 보성읍보다 인구가 600여 명이 많은데도 경찰서, 등기소, 담배인삼공사, 농촌지도소가 보성읍으로 하나 둘 옮겨가면서 상권이 위축돼 쇠락의 길을 걷자 상실감을 느낀 것.
박홍관 추진위 사무국장은 “순천시와의 거리가 보성읍보다 7km 가깝고 학생 대부분이 순천으로 진학하는 등 순천이 생활권이 된지 오래”라면서 “역사, 문화, 교육, 경제, 지리적으로 한 뿌리인 순천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는 안된다’=보성군은 지역민이 서로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벌교읍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리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성군 관계자는 “올해 군 전체 예산 가운데 31%인 204억9600만 원을 벌교에 투자하는 등 그동안 소홀히 대한 적이 없다”면서 “생활권 일부가 겹친다는 것만으로는 행정구역 개편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벌교의 순천시 편입이 성사되기까지 의회 의결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다 이 과정에서 빚어질 양 지역 주민들의 반목과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보성군 및 벌교읍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지역민의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보성과 벌교가 확실히 갈라서야 한다”는 강경론과 “순천시가 받아줄지 의문이고 받아준다고 해도 1개 동 인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