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재개되는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최대의 기회인 동시에 최후 고비가 될 수도 있다. 회담 결과에 따라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갈지, 아니면 제3의 해결 방법이 등장할지가 최종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단 한국과 미국 정부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만큼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는 뜻이다.
▽무엇을 논의하나=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관련국들이 북한에 무엇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구체적인 핵 폐기 프로그램과 대북(對北) 지원의 알맹이가 어떻게 조율되느냐에 따라 회담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정부는 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지난달 북한에 제시했던 ‘중대 제안’과 작년 제3차 6자회담 때의 미국의 제안을 중심으로 북한을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중대 제안은 북한의 체제 보장과 대규모 경제지원을 담은 ‘마셜플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작년 6월 제안은 북핵 폐기 일정에 맞춰 에너지 지원, 안전보장, 경제 제재 및 테러지원국 명단에서의 제외 등을 단계적으로 취한다는 것.
이에 반해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핵 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 왔다.
우리 정부가 줄곧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대북 지원이 이뤄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핵 포기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상응하는 조치도 시작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북-미 간 입장차를 절충하기 위한 것이다.
▽북핵 문제 완전히 해결될까=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란 게 한국과 미국 정부는 물론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을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미국과 생존 차원의 위협을 느끼는 북한의 인식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다.
외교통상부의 고위 당국자는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생각보다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6자회담 재개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국 쪽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핵심 라인의 대북 인식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거나 “이번 회담은 북한의 2·10 핵 보유 선언의 설명을 듣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냉담한 반응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이미 보유를 선언한 핵무기의 처리 문제도 관심사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기득권을 내세워 6자회담이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는 미국과 한국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
미국은 핵무기든 핵개발 프로그램이든 핵과 관련한 모든 것이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 보유’를 북-미 수교와 맞바꾸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이 문제가 최대 대립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북-미 관계는=6자회담의 재개 자체만으로도 1년 이상의 정체 상태를 벗어나기 시작한 남북관계에는 가속도가 붙을 게 확실하다. 조만간 이산가족 상봉과 적십자회담 등이 열릴 예정인 데다 추가적인 대북 지원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 6자회담의 성과가 좋으면 남북 정상회담이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는 실정이다.
북-미 관계의 진전 여부는 철저히 회담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밝힌 대로 ‘궁극적인 북-미 수교’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