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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정상회담 우여곡절 끝 20일 개최]만나긴 만나지만…

입력 | 2005-06-15 03:16:00

노무현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20일 열리게 됐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사실상 하루 일정인 데다 장소도 청와대로 정해져 격의 없는 ‘셔틀 회담’의 취지는 반감됐다. ‘노타이’ 차림에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나란히 거닐며 파안대소하던 두 정상의 정겨운 모습은 보기 어렵게 됐다. 이는 냉랭해진 요즘의 양국 관계가 반영된 탓이다. 지난해 1박 2일 일정으로 두 차례 열렸던 한일 간 셔틀정상회담은 7월 제주 서귀포에서, 12월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의 온천휴양지인 이부스키(指宿)에서 열렸다.》

▽막판까지 오락가락한 회담 일정=이번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14일 오후 6시 양국이 공식 발표하기 불과 4시간 전까지도 불투명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여야 정당대표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회담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는 얘기였다.

일본 측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던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이날 오전에도 한결같이 “예정대로 20일 회담을 연다”고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인 13일 오후 노 대통령이 주재하고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 회담 날짜는 20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공식발표는 미뤘다. 14일 정당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 성과가 없을 게 뻔한 이번 회담에 따른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의도였다. 정당 대표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정상끼리 만나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노 대통령은 오찬회동 후 ‘20일 회담 개최’ 발표를 지시했다.

고이즈미 총리

이번 회담은 2월부터 독도 및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진 데다 노 대통령의 대일(對日) 강경노선 천명으로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번졌다. 실무선에서는 지난달 20일경 양국 정상의 일정을 감안해 ‘6월 20일 개최’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노 대통령은 ‘OK’ 사인을 내지 않았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중지하라는 한국과 중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태도,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을 비롯해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잇단 ‘망언’으로 청와대 내에서는 “이런 분위기에서 회담이 무슨 성과가 있겠느냐”는 강경기류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청와대의 ‘386’들이 연기론을 흘린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청와대 측에서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반박하는 불협화음까지 새나왔다.

▽회담에서 뭘 논의하나=일본 측과 실무협의를 해온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처럼 사전 협의가 어려웠던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의제를 둘러싼 논의도 진통을 겪었다는 얘기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아직도 완전히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한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북한 핵 문제를 양대 의제로 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독도영유권 및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맞춰져 있다. 독도와 교과서 문제는 장기적 해결과제인 반면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는 일본 내에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일본 측은 △일제 강제 징용자 유골 반환 △제2기 역사공동연구 △사할린 한인 지원 △피폭자 지원 △북관대첩비 반환 등 5가지에 국한해 성의를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3일에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지를 사실상 거부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의 숙원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이견만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