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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장관출신 이돈희 민사고 교장 “大入, 대학에 맡겨라”

입력 | 2005-05-20 18:48:00


“내신 비중을 강화하려는 현 대입제도는 내신이 나쁜 학생의 ‘패자부활전’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직된 장치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교육평가학회가 20일 주최한 ‘2008학년도 대입문제와 전망’ 세미나에서 교육부 장관 출신의 이돈희(李敦熙·사진) 민족사관고 교장이 대학의 학생선발권 보장을 강하게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통상 교육부 장관들이 자신의 소신과 상관없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본고사 금지 등 3불(不)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문제 제기가 “민사고 교장이기 때문이냐” “개인 소신이냐”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기조연설에서 “현 대입제도를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규격화된 ‘총점제 통제형’에서 ‘다원적 선택형’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학은 내신, 수능, 경시대회, 특기활동, 대학별 고사 등 영역별로 일정 비율을 자율적으로 선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지역과 학교 간 학력 격차를 인정하지 않고 내신을 획일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특정 집단을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든다”며 “특수목적고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해외 유명 대학 입학자를 다수 배출하면서 우수 학생이 많이 몰리던 민사고가 대입 내신 불이익 때문에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최근에는 재정난까지 겹친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장은 “다원적 선택형 전형은 학생의 시험부담을 줄이고 우수 학생이 많은 특목고와 비평준화고의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장은 장관 시절인 2000년 발표한 국립대 발전계획에서 구조조정을 대학의 ‘자율’로 넘기는 등 자율성을 강조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교수 출신이라 대학에 너무 우호적이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5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