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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민원 부당처리’ 첫 징계요구

입력 | 2005-05-17 03:05:00


#사례1=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홍모(여) 씨는 2001년 7월 국고 보조를 받기 위해 구청에 영아전담 보육시설 지정을 요청했다. 구는 시로 신청서를 넘겼으나 수원시의 담당공무원인 K(당시 계장) 과장은 홍 씨의 신청서를 자신의 책상 서랍에 1년 1개월 동안 방치했다.

K 과장은 2002년 9월 홍 씨에게 “국고 보조를 받으려면 유아 9명을 퇴소시키고 영아용 침대를 보완, 설치하라”고 지시했고 홍 씨는 이를 따랐다. 그러나 이미 한 달 전인 2002년 8월 정부 기준이 바뀌어 홍 씨의 시설은 국고 보조를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K 과장의 태만한 일처리가 홍 씨를 두 번 울린 셈이 됐다.

#사례2=지방 건설업체인 K사는 132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2003년 6월 5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용적률이 강화되는 그해 7월 1일 전까지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K사 직원들은 6월 중순부터 매일 전주시청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시 담당자인 J 사무관은 차일피일 업무를 미뤘고 용적률 조례가 바뀌기 전날인 6월 30일까지도 끝내 사업승인에 필요한 업무 협의를 다 마치지 않았다. 결국 K사는 강화된 용적률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자치단체 민원행정처리 실태’ 감사 결과에 나오는 사례들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6∼8월 경기도 등 43개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자치부 등 5개 정부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 무사안일한 자세로 기업과 민원인에게 불편을 준 사례 35건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감사원은 모두 105명의 공무원에게 징계 또는 주의조치를 취하도록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 감사원이 법률 위반이나 비리가 아닌 민원의 부당한 처리를 이유로 담당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 임종빈(任鍾彬) 자치행정감사국장은 “공무원 사회엔 ‘아무 일도 안 하면 감사도 안 받는다’는 생각이 퍼져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부당한 민원 거부에 대해서는 최종결재권자까지 엄중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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