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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에 빠진 코스닥… "엔터테인먼트 돈된다" 우르르

입력 | 2005-05-10 02:55:00


1980년대 중반 문구회사 바른손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캐릭터 문구’를 선보였다. 바른손이 내놓은 가위 칼 연필 등 캐릭터 문구는 초중고교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실용성보다 장식에 더 치중한 이른바 ‘팬시 문구’ 열풍의 진원지가 바른손이다.

그러나 이후 바른손은 경영난에 몰리며 2000년 이후 최대주주가 10여 차례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 바른손이 최근 증시에서 다시 투자자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때 170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도 최근 1700원에 육박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바른손의 주가 급등 재료는 문구나 캐릭터 사업이 아니라 엉뚱하게 ‘연예사업 진출’이다.

바른손처럼 최근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연예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올해 들어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연예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공시도 벌써 10여 건에 이른다.

○ ‘돈 된다’에 너도나도 연예사업 진출

연예사업에 나서 외형상 큰 성과를 본 기업은 바른손과 팬텀.

골프공과 골프의류 제조업체인 팬텀은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인 이가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3월 초 290원이었던 주가가 최근 25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바른손도 박지윤, 송강호 등 유명 연예인으로 라인업을 구축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심지어 지난해 결산(3월 결산법인) 결과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에도 주가는 장중 한때 13%가량 오르기도 했다.

코스닥 기업들이 ‘몰려가기’ 식으로 새 사업을 시작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9년 말 기업들이 앞 다퉈 인터넷 사이트를 사업모델로 삼았던 ‘닷컴 열풍’ 때가 원조. 2002, 2003년 수십 개의 등록기업이 경쟁하듯 온라인 게임 개발에 나서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한 경험이 있다.

○ ‘도피성’ 진출은 모두에게 손해

문제는 이 같은 연예사업 진출이 해당 기업에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연예사업에 진출하는 기업 중에는 주가가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한계기업이 적지 않다. 본업에 실패한 ‘도피성’ 변신이 많아 본래 의미의 사업 다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

닷컴 열풍이나 게임산업 열풍 때에도 이런 도피성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잠깐 급등했다가 곤두박질쳤다.

이런 무더기 진출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2002년 등록기업들이 대거 게임산업에 진출했을 때 경쟁 심화로 기존 우량 게임업체까지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다.

김종학프로덕션 김승모 기획실장은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장기적인 사업계획 없이 일단 진출하고 보자는 식으로 연예사업에 뛰어든다면 기존 우수 연예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예사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진출이 쉽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해 성공이 쉽지 않은 분야”라며 “최근 연예 사업을 하는 일부 기업의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단기 투기의 결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