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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노련 복지기금으로 ‘돈놀이’

입력 | 2005-05-09 03:02:00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오세인·吳世寅)는 한국노총 권오만(權五萬·53) 사무총장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위원장 재직 시절 노조 복지기금을 건설업체에 빌려주고 수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잡고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검찰은 또 전택노련 최모 사무처장, 임모 경남지역본부장 등 전택노련 현직 간부 2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택노련이 설립한 복지협회에서 관리하는 근로복지기금 수십억 원을 2003년 서울의 모 건설업체에 빌려주고 리베이트 명목으로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건설업체는 서울 강남의 한 상가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뒤 건축비 마련을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권 씨 등에게 대출을 의뢰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복지기금의 대출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복지기금은 1995년 8월 정부가 택시비에 부과하는 부가가치세의 50%를 경감해 주고 그 경감액만큼을 택시운전사의 처우개선에 사용토록 해 조성됐으며 사측에서 매년 10억 원가량을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협회는 이 기금을 통해 조합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기금 중 상당액을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기금을 불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1997년부터 3차례에 걸쳐 전택노련 위원장 직을 연임하다 올해 3월부터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권 씨 등은 모두 잠적한 상태”라며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전택노련의 복지기금 운영 전반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사 과정에서 일부 노조 간부들이 매일같이 골프와 거액의 도박을 즐기는 등 ‘귀족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개인비리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택노련 관계자는 “복지협회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노조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보는 권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권 씨는 한국노총 부산시지역본부 부의장으로 있던 1996년 9월 조합원 근무복을 제작하면서 납품대금 10억여 원 가운데 5억여 원을 미리 지급하는 편의를 봐주고 납품업체에서 7500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