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통과한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강산이 두 번도 더 변할 세월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마라톤 인생에서 1010번째 풀코스를 완주하는 순간이었다.
마스터스 부문에 출전한 고지마 기이치(63·일본·사진) 씨. 158cm, 55kg의 자그만 체구에 백발이 성성한 고지마 씨는 매서운 꽃샘추위를 뚫고 5시간 56분 16초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코스는 너무 좋았는데 날씨가 추워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기록이 나빠 아쉽지만 포기하지 않고 풀코스를 마쳐 만족한다는 얘기. 신장병과 당뇨로 고생하다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고지마 씨는 41세 때인 1983년 2월 11일 가쓰다마라톤대회(3시간 23분 46초)에서 처음 풀코스를 뛰었다.
그때부터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의 재미에 빠져 지난해 12월 5월 오키나와 나하마라톤에서 통산 1000번째 완주기록을 작성했다. 최고 기록은 1985년 세운 3시간 7분 37초.
고지마 씨의 마라톤 경력을 보면 철인이 따로 없다. 2001년엔 무려 101회나 풀코스를 완주했다. 1주일에 두 차례씩 42.195km를 뛴 셈이다.
그만큼 훈련량도 엄청나다.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면서 한 달에 500∼600km를 뛰었고 2002년 정년퇴직한 후에는 300∼350km를 달렸다.
베를린 보스턴 호놀룰루 등 세계 유명 마라톤대회에 두루 참가한 고지마 씨가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3번째. 세계 남자 최다 완주 기록 돌파를 목표로 삼은 그는 다음주 가고시마대회에서 다시 풀코스 도전에 나선다. 현재 완주 세계기록은 1270회.
“이제 마라톤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최고 권위의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꼭 다시 올 겁니다.”
고지마 씨는 지난해 자신의 마라톤 인생을 다룬 자서전 ‘극한을 향해 도전하다’를 냈다. 그 제목처럼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