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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시각장애인의 인간승리

입력 | 2005-03-13 15:46:00


"마라톤에서 장애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3일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한 문명근(35·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씨는 2m 앞에 있는 물체의 형체가 겨우 흐릿하게 보일 정도인 1급 시각장애인. 시각장애를 입고 태어난 문 씨는 3세 때 시력을 잃고 말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해 4시간 39분 12초의 기록을 세웠다.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 세상을 얻은 것 같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풀코스를 두 차례 완주하고 나니 앞으로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동안 장애인으로 겪은 고통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6일 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해 4시간 30분이라는 완주기록을 세운 문 씨가 일주일 후 또 풀코스에 나서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주변사람들은 "몸이 망가질 수 있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문 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문 씨와 회원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서울 남산 산책로에 모여 왕복 7㎞ 코스를 두 세 차례씩 달리며 훈련해왔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과 자매결연을 맺은 'SFR(Seoul Fun Run)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손목을 묶고 뛰었다. 이렇게 눈 역할을 하는 도우미들은 마라토너에게 좌우 방향은 물론 오르막 내리막의 각도를 미리 알려주고 주위 상황도 꼼꼼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러나 문 씨의 도우미인 우종구(47) 코오롱 업무지원팀장은 "마라톤을 뛸 때마다 내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극한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선 서로간의 믿음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에서 문 씨와 함께 출전한 4명 가운데 다리를 다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가둬놓고 세상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마라톤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습니다." (이용술 씨·4시간 11초·44)

"마라톤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뛰다보니 어느새 목표점이었습니다. 계속 연습해서 기록을 갱신해나갈 거예요." (이귀자 씨·3시간 45분·47)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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