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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지성]비판과 균형 유지하는 변협을…

입력 | 2005-02-22 18:05:00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원, 검찰과 함께 ‘법조삼륜(法曹三輪)’으로 불리지만 법원, 검찰 등 재조(在朝)와는 달리 재야(在野)법조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변호사들이 변협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재야 정신’을 꼽는다.

재야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은 타락할 수 있으며, 강한 권력은 타락할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역대 변협 집행부는 이 같은 재야 정신에 충실해왔다. 특히 1970, 80년대 민주화 과정의 고비 고비에서 권력의 전횡을 비판하면서 민주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의 변협 집행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전임 집행부는 지난 2년 동안 나름대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권력과는 긴장이 별로 없었다. 나아가 권력과 긴장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회원들과의 ‘내부적 긴장’이 많았다.

천기흥(千璣興) 변호사가 21일 새 변협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많이 작용했다.

천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변협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 한다면 소금이 짠 맛을 잃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를 나타낸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려도 적지 않다.

천 회장은 로스쿨 도입, 국민의 사법참여제, 법조일원화 등 최근 사법개혁의 성과에 대해 “국민의 이름을 빌려 특정 집단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방식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비난해 법조인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또 변호사들의 ‘생계 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이익 집단’인 동시에 ‘공익 단체’라는 변협의 두 가지 성격 사이에 균형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권력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균형도 중요하다.

천 회장 체제의 새 변협 집행부가 ‘비판’과 ‘균형’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잘 수행해나가기 바란다.

전지성 사회부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