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주택시장 안정대책’ 영향으로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국면을 되찾아 가고 있다.
20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
일부 아파트는 호가가 17일 정부 발표 이후 3일 만에 최고 5000만 원 이상 떨어졌다.
경기 성남시 판교 인접지역인 성남시 분당구와 용인시 등지의 아파트 값은 오름세가 멈췄으며 거래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재건축발(發) 가격 상승 꺾여=‘60층 재건축 계획’이 처음 거론되며 재건축 아파트 단지 가격 상승세에 불을 지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매수세가 한풀 꺾였다.
압구정동 신라공인 김해중 사장은 “동네 특성상 가격이 바로 내려가지는 않고 있지만 거래는 끊긴 상태”라며 “35평형 로열층이 지난주 8억5000만 원까지 올랐지만 대책 발표 후 8억 원 정도로 호가가 내렸다”고 말했다.
인근 잠원동 한보공인 김은선 대표는 “한강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한신 2차의 경우 평형에 따라 거래가가 5000만 원 이상 오른 것도 있었지만 대책 발표 후 거래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들도 매수세가 사실상 사라졌다.
잠실동 행운공인 박헌순 실장은 “정부 대책이 나온다는 말이 돈 지난주 초부터 거래가 뜸해졌고 가격도 오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서울 양천구 목동, 광진구 광장동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래가격이 올랐던 지역도 매수세가 거의 실종된 상태다.
▽분당, 용인도 주춤=판교신도시와 인접한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야탑동 등도 호가는 그대로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반 강세를 보였던 정자동의 신규 입주 주상복합아파트와 서현동 시범단지 아파트 등도 정부 발표를 전후해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분당구 야탑동 센티움공인 박재홍 부장은 “이매동 아름마을 건영아파트 45평형의 경우 호가가 1주 전과 마찬가지로 6억 원대”라며 “다만 사려는 사람들이 호가보다 5000만 원 이상 싼 가격을 제시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성복동과 죽전동 등도 비슷하다.
죽전동 건영호박공인 김성규 사장은 “지난주까지 건영캐스빌 33평형은 3억6000만 원 선에서 물건이 나오면 바로 팔렸다”며 “그러나 이번 주말에는 나오는 물건도 없고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 호가도 그대로”라고 말했다.
▽앞으로 진정세 이어진다=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정부의 확고한 주택시장 안정 의지가 확인된 만큼 당분간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재건축아파트는 지난해 워낙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반등한 것이며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당분간 약보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분당, 용인 등도 판교 분양 시점인 11월까지는 가격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만간 개발이익환수제의 국회 통과가 예정돼 있어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덩달아 호가가 올라간 일반 아파트의 경우 이사철이 끝나가고 있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