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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반주민 대상 ‘대중용 법전’발간

입력 | 2005-01-16 18:09:00

북한의 법률출판사가 지난해 8월 발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전’(대중용). 상속법 소프트웨어산업법과 같은 새 법률을 포함해 모두 112개의 법률을 담고 있다.


북한이 일반 주민들을 위해 지난해 8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법전’(대중용)을 발간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법전을 입수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두 112개 법률을 수록한 이 법전에는 상속법, 소프트웨어산업법, 마약관리법, 장애인보호법 등 13개 법률이 새롭게 실렸고 지난해 5월 개정한 형사소송법도 포함돼 있다.

법전을 출간한 북한의 법률출판사는 서문에서 “공민들이 법을 알고 스스로 지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사회주의 헌법과 현행 부분법들을 자모순으로 수록한 ‘법전’을 편찬해 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일부 제정된 법률과 개정 법률이 포함됐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법률을 집대성한 것”이라며 “일반인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점이 특기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법전에 실린 주요 법률은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수사기관이 형사 피의자에 대한 자의적인 인신구속을 하지 못하게 체포영장을 발부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법조문도 종전 305조에서 439조로 크게 늘었다.

피의자에 대한 형사입건 조치를 내리고 조사를 담당하는 예심원(豫審員)은 범죄의 경중을 가린 뒤 노동단련형이 예상되는 경범자에 대해선 ‘특별히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나 구속 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한 구법(舊法)에서는 범죄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예심 단계에서 2개월까지 피의자를 구류할 수 있도록 했으나 개정 형소법은 경범죄의 구류일수를 10일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개정 형소법은 또 공개재판 원칙을 천명하고 재판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韓寅燮) 교수는 “지난해 4월 형법의 개정에 따라 형소법의 개정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며 “내용적으로도 객관적이고 정밀한 법적인 통제를 기하고 경범과 통상적인 범죄를 분리해 처리하는 등 형법의 적용과정이 구체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상속법=2002년 3월 4장 58조로 제정된 상속법은 개인소유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보장했다. 이에 따라 주택 승용차 등 고가품을 상속할 수 있도록 하고 화폐, 저축, 도서, 가정용품, 문화용품, 생활용품 등 개인 소비재를 상속재산에 포함시켰다.

주택을 상속재산에 포함시킴으로써 개인자금으로 지은 주택은 물론 국가가 장기임대 형식으로 주민에게 공급한 국가소유 주택에 대한 임대권한까지도 상속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상속 범위가 확대되고 사유재산 보호를 법제화한 것이 의미”라며 “개인이 일을 해서 모은 것에 대한 상속을 국가가 인정했지만 아직까지는 주택과 가정용품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부모를 고의로 돌보지 않은 자식이 부모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고 상속 순위를 정해 상속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분쟁 소지를 없앴다. 또 부모를 직접 부양했거나 노동능력 부족으로 수입이 적은 상속자의 몫을 늘리고 부양의무를 부실하게 이행한 자녀의 몫은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기타 법률=손해보상법은 기관은 물론 개인의 민사상 권익 보호를 위해 재산·인신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배상액 산정방법 등을 광범위하게 규정했다.

지난해 6월 제정한 소프트웨어산업법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국가 계획생산체제 도입, 유통체계 정립, 기술 인프라 확충 및 인재 육성 등을 명시해 정보기술(IT)산업을 집중 육성토록 했다. 특히 기관, 기업소, 단체는 소프트웨어 관련 설치·보수 사업, 컨설팅, 정보체계 구축서비스 등은 물론 인터넷망 사업에 해당하는 컴퓨터망 서비스가 가능토록 했다.

컴퓨터소프트웨어보호법(2003년 6월 제정)의 경우 소프트웨어 저작권 등록제를 실시해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을 1차로 30년, 최고 50년까지 보호토록 했다.

지난해 6월 개정한 사회주의상업법은 시장의 설치운영과 상점, 식당, 봉사소에 대한 영업허가제를 명시했다.

국민대 장명봉(張明奉) 교수는 “최근 제정되거나 개정된 경제 관련 법제는 남북경협의 불확실성 제거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북측이 만든 대외개방 및 외국인 투자관련법은 아직 규정이 불분명하거나 분쟁해결을 위한 법제가 미비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