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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니/강완모]美로펌 인재관리 본받을 만

입력 | 2004-12-17 17:37:00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우수한 인재의 발굴과 육성은 한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관심사다. 내가 근무하는 로펌 역시 정기적인 파트너 회의 때마다 단골 주제 중 하나가 어떻게 우수한 변호사를 채용해서 크게 키워내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회사는 파트너들이 ‘일반 변호사(Associate)’를 평가하는 데 근래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컴퓨터를 통해 각 항목 평가점수 부분을 클릭하고 꼭 필요한 서술형 평가는 마지막에 써넣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평가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 여러 명의 파트너 평가는 한데 모아져 피평가자에게 전달된다. 같은 직장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 보는 사이인데 상대의 문제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평가자 이름 공개 아래 하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피평가자가 특정한 평가에 대해 평가자의 신원 공개를 요구할 권리는 남겨놓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평가자의 이름을 공개하던 종전 방식보다는 훨씬 솔직한 평가를 끌어낼 수 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업무평가 기술을 개발한 미국에서도 평가가 주는 기본적인 ‘스트레스’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평가하는 데도 구체적인 지침이 있다. 되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평가할 것, 개선책을 제시하며 건설적으로 평가할 것,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잣대를 써서 일관성 있게 할 것, 연령·피부색·종교·인종 등에 근거한 차별은 절대로 없을 것, 솔직하게 할 것 등이다.

그러고 나서 분야별 평가, 즉 성과물에 대한 질적 평가, 독자적인 업무수행 능력, 업무에 임하는 태도, 의뢰인에 대한 태도, 회사 내 활동 및 대외활동 등을 평가한다. 일반 변호사로 들어와 이런 평가과정을 8년 정도 거치고 나면 회사의 주인 격인 파트너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때 또다시 파트너 승진심사위원회의 특별 심사를 받는다. 물론 파트너 승진심사는 일반 변호사 평가보다 훨씬 복잡하고 구체적이다.

이렇게 철저한 업무평가는 비단 법조계뿐만이 아니다.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의 평가 시스템은 아마 더욱 혹독할 것이다. 미국 정계에는 이렇게 훈련받은 법조인과 기업인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 TV 대담 프로에 나와 토론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명쾌하게 준비된 자세로 토론에 응하는지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거나, 괜히 책상이나 두들기며 상대를 제압하려고 한다거나, 또는 앵무새처럼 외운 소리만 반복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했다가는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도 요즘 정부 대학 기업체를 막론하고 인재 육성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인재 관리는 아직 구호로만 맴돌 뿐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는 소홀한 듯하다. 인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묘를 적절히 발휘해야 한다. 나도 평가 때만 되면 평가자로서, 피평가자로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이를 통해 한 걸음 더 발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강완모 미국 폭스로스차일드 로펌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