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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거분식회계 사면] 與386 "재벌개혁 후퇴" 반발 가능

입력 | 2004-12-06 06:44:00


열린우리당이 과거 분식(粉飾)회계에 대해 사실상 ‘사면’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증권집단소송법의 관련 조항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재계가 우려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재벌개혁의 후퇴’라며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당내 386의원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과제다.

▽2005년 이전의 분식회계는 무죄?=증권집단소송법의 부칙 제2항은 증권집단소송제도에 대해 ‘법 시행 후 최초로 행해진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분부터 적용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2005년 1월 1일 이전에 분식회계를 한 것이 내년도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날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다. 실제로 법무부 등에선 2005년 이전에 했던 분식회계라도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회계의 특성상 과거 분식을 한꺼번에 정리하기가 어려워 2005년 이후에도 재무제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도를 그대로 두면 소송이 이어질 게 뻔하므로 이번에 어떤 방식으로든 털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침에 대해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도 긍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경제통 의원은 “과거 분식을 사면해준다고 해도 증권집단소송의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 준다는 것이지 개별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재계가 별도로 제도개선을 요구한 소송대상 요건의 강화 등은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남은 절차와 문제점=열린우리당 이계안(李啓安) 의원과 한나라당 이종구(李鍾九) 의원은 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공동으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법사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법사위에선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법안 처리 문제로 여야가 격돌하고 있어 법안 심의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여당 내 386의원들은 “이미 시행하기로 예정된 개혁법안을 봐주자는 것은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어 법안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기국회가 9일 끝나고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법안 처리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3년 국회를 통과한 증권집단소송법은 법무부가 재경부의 협조를 얻어 발의한 것이다. 이 때문에 관련 상임위가 재경위가 아닌 법사위라는 점도 법안 처리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