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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난치병]新난치병…④어린이 간질

입력 | 2004-11-21 17:39:00


알렉산더대왕, 줄리우스 시저,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나폴레옹….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간질환자였다. 그러나 간질은 열정을 꺾지 못했고 이들은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간질은 뇌파에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생겨 발작을 유발하는 병. 60∼70%는 병의 원인을 모른다. 나머지는 선천성 뇌질환 또는 손상이 원인이 된다.

국내 환자는 30만명 정도. 매년 2만명의 신규 환자가 생긴다. 약 70%가 20세 이전에 발병하며 이 중 40%가 4세 이전에 병을 얻는다.

▽경련을 관찰하라=소아신경클리닉을 찾는 가장 흔한 증세가 경련이다. 상당수의 부모가 걱정하면서도 “체했거나 놀랐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경련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면 즉각 간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80∼90%는 몇 차례의 뇌파검사로 확진이 가능하다.

간질의 대표증상이 발작이다. 몇 초 동안 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하면 의식을 잃고 전신을 심하게 떤다. 발작할 때는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젓가락 등에 천을 감아 입에 물린다. 제어하려고 하지 말고 환자가 움직이는 대로 내버려두는 게 좋다.

발작이 잦고 오래 지속되면 뇌 손상이 우려된다. 탈진한 뇌가 서서히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뇌 발달이 왕성한 어린이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치료법은=정확한 진단이 이뤄지고 그에 맞는 ‘항경련제’를 투여하면 85%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일단 완치되면 재발하지 않는다. 뇌가 다치지도 않고 지능도 정상이므로 발작하는 순간만 빼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없다.

항경련제 치료가 듣지 않으면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대표적인 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저단백의 케톤식이요법. 지방이 분해될 때 케톤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케토시스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에서 경련이 억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케토시스 상태가 경련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이 모든 방법이 실패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간질 환자의 10∼15% 정도가 수술을 선택한다. 그러나 뇌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수술의 시기와 효과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뇌에 컴퓨터 칩이나 전극을 넣어 발작을 억제하는 시술법이 선보이기도 했다.

(도움말=대한소아과학회 은백린 전문위원)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다음 주제는 4부 1회 ‘희지의 투병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