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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 2004]이미지만 있고 정책대결은 없다

입력 | 2004-10-25 18:37:00

미국 대통령 선거용 TV 광고가 상대 후보 공격도구로 전락하면서 진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25일 제기됐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민주당이 도입한 ‘아웃소싱 기업 감세혜택’을 거론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공격했고(위), 부시 대통령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케리 후보의 의료개혁안이 ‘워싱턴 관료주의만 키운다’고 문제 삼았다.


미국 대통령선거를 8일 앞둔 25일(현지시간) 현재 공화 민주 양당이 너나없이 아전인수식 TV 광고 제작에 몰두하면서 차분한 정책선거 분위기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다.

▽내 맘대로 광고=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내세운 서민층을 위한 의료보험제도 개혁안을 공격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TV 광고에는 큰 칠판에 수십개의 사각형과 마름모가 화살표로 연결되면서 난해한 흐름도를 떠올리게 만든다. 케리식 의료개혁은 절차가 너무나 복잡해지고, 워싱턴 관료들이 제도를 장악해 환자가 휘둘릴 것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중립적인 의료정책 연구기관인 르윈 그룹(Lewin Group)은 “민주당 방안이 현실화되면 정부의 보조금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보험가입자의 97%는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공화당 광고는 공무원의 손에 제도운영권이 넘어간다는 말로 ‘큰 정부 혐오증’을 자극한 것이다.

민주당 광고도 ‘입맛대로 재단’이란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케리 후보가 직접 등장해 공화당이 이른바 아웃소싱 기업에 감세혜택을 주는 바람에 미국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지적하는 광고를 방송했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과거 민주당 정부가 도입한 것이란 점은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케리 후보 자신도 “내 세금정책도 이런 인센티브를 없앨 수는 없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고 일간 콜럼버스 디스패치가 지적했다.

▽이미지 선거의 한계=사실왜곡 광고는 TV 정치가 초래한 미국 정치의 ‘경박화(輕薄化) 경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큰 땅덩어리 때문에 유권자 대면접촉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미디어를 통해 선거정보가 제공되지만, 공식 선거광고는 30초로 제한된다.

30초 동안 방대한 세금정책, 안보정책, 무역정책 내용을 담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간단한 한두 줄의 카피문구로 정책을 단순화해서 설명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이전투구 분위기까지 가세해 이런 식의 ‘비틀기 해석’이 초래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런 정책 분석 기능은 권위지로 통하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 신문이 맡아왔다. 그러나 선거가 점차 이미지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깊이 있는 장문의 분석기사 하나를 정독하기 위해 20∼30분씩 투자할 유권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1억2000만명에 이르는 ‘실제 투표자’는 골치 아픈 정책보다는 TV 이미지 광고의 영향 아래 지지후보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