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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특별시’란…靑-국회 서울에 남기고 71개기관 이전

입력 | 2004-10-24 18:30:00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뒤 청와대와 정부 여당 내에서 대안으로 ‘제2특별시’ 형태의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헌재가 위헌 결정문에서 “헌법상의 수도는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라고 설명한 대목에 근거한 것. 헌재는 구체적으로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국가권력의 중심에 있고, 따라서 대통령의 집무 장소인 청와대와 국회의 소재지는 수도의 결정적 요소라고 밝혔다.

여권 내에서는 헌재가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이 같은 상세한 설명을 결정문에 굳이 담은 것은 헌재 스스로 대안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풀이하는 시각이 있다.

즉, 청와대와 국회는 수도인 서울에 남기되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및 경기 과천청사의 중앙행정기관들, 감사원 중앙인사위 부패방지위 등의 국가기관을 모두 충청권의 제2특별행정도시로 옮기는 것은 위헌 시비 없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경우 기존에 계획했던 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7월 21일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이전할 국가기관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대통령 직속기관 11개 △국무총리 직속기관 13개 △중앙부처 및 소속기관 47개 △독립위원회 2개 등 총 73개를 선정했었다. 이 중 헌재의 지적대로 청와대(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실 등 2개 기관)만 서울에 남겨놓고 나머지 71개 기관이 그대로 제2특별시로 옮겨가면 당초의 수도 이전 계획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 된다.

국회의 경우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과 함께 자체적으로 이전 여부를 결정할 기관으로 분류, 사실상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결국 원래의 수도 이전 계획에서 청와대만 서울에 남기면 위헌 결정에 따른 문제는 해소된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가 이전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수시로 제2특별시의 정부청사를 찾아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행정부 수반으로서 일정한 활동을 하면 충청권 이전의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2특별 행정도시’ 대안이 여권의 최종 방침으로 확정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헌재가 결정문에서 밝힌 내용이 강한 규정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수 있다. 또 수도 이전을 재추진한다는 여론의 반발에 다시 부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론을 수렴해 대처방안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런저런 변수들을 저울질해 본 뒤 단안을 내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