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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안고 뛴다]디자인블루

입력 | 2004-10-07 18:16:00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디자인블루 사무실은 1∼3층의 ‘디자인블루’ 외에도 사진 촬영을 담당하는 지하의 ‘베이스 스튜디오’와 4층의 웹디자인 전문회사 ‘블루멀티미디어’, 모델을 관리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5층의 ‘아프리카엔터테인먼트’ 등의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원대연기자


이상용(李相龍·39) 디자인블루 사장은 4월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고객사인 ‘카마’와 ‘담력 싸움’을 벌였다.

세계적인 엔진 제조회사인 카마의 카탈로그 제작을 수주했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카탈로그 단가를 권당 5000원 이하로 맞추라는 요구였다. 이 사장은 “품질을 위해 권당 20만원을 달라”며 버텼다.

“디자인블루는 국내 디자인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했습니다. 따라서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청나라 상인 앞에서 인삼을 태웠다는 개성상인 임상옥이 된 심정이었지요.”

결국 카마는 자신들의 요구보다 40배에 이르는 디자인료를 이 사장에게 지불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한국 디자인이 선진국 유명 디자인과 비슷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브랜드 파워에 중점=이 사장도 처음엔 저가(低價) 수주의 유혹에 시달렸다. 무조건 물량을 따고 봐야 했기 때문이다.

“카마에 ‘경쟁사인 일본 혼다를 넘어서려면 수준 높은 디자인이 필요하다. 비용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겠다’고 설득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카마의 브랜드를 디자인으로 높여주겠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디자인블루의 브랜드 파워가 높다는 것을 주입시킨 것이지요.”

이 사장의 계획은 적중했다. 카마는 최근 제품 판매가 늘어나자 디자인블루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디자인블루가 ‘제값 받는 디자인’을 처음으로 수출한 것은 그동안 헐값에 팔리던 국내 디자인이 세계 수준으로 인정받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습니다.”

▽브랜드 통합이 성공 비결=이 사장은 단국대 산업미술학과와 홍익대 광고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친 디자이너다.

그가 늘 강조하는 것은 회사 덩치를 키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 이를 위해서는 소규모 회사들의 브랜드를 통합해 발주처와의 협상 과정에서 경쟁사에 밀리지 않아야 했다.

이 사장은 2002년 국내 유명 광고 사진가들에게 자금을 투자해 ‘베이스 스튜디오’라는 자(子)회사를 설립했다.

스튜디오의 사진은 디자인블루의 가치를 높이고 디자인블루의 디자인은 스튜디오의 경쟁력이 됐다. 디자인블루는 당시 직원 10여명의 작은 회사에서 이제는 60명이 일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사장은 “한국 디자이너들은 회사가 조금만 성장해도 보따리를 싸서 독립 회사를 차린다”며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일하는 소규모 디자인 회사와 큰 계약을 할 기업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디자인은 세계 수준이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경영마인드를 갖춘 디자이너’는 부족했다. 이 사장은 “통합마케팅으로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와 어깨를 겨룰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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