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청구한 정식재판에서 약식명령 때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 문용호(文龍浩) 판사는 형사소송법 457조의 2 ‘불이익 변경의 금지’ 조항이 “피고인에게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난달 9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6일 밝혔다.
회사원 조모씨(34)는 3월 음주운전을 하다 차량 2대를 들이받아 피해자들에게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히고 도주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조씨는 재정 형편상 벌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차라리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해 달라”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맡은 동부지법은 조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조씨에게 벌금보다 더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었던 것. 게다가 ‘음주 뺑소니’라는 죄질상 1000만원보다 더 가벼운 벌금을 선고하는 것도 법적 형평성에 어긋나 불가능했다. 문 판사는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 오히려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위헌심판 제청 사유를 밝혔다. 그는 또 “약식명령을 받을 경우 피고인에게는 변론기회가 없으며, 재판부로서도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형량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