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특파원 월드워치]‘폭발물 장난전화’…항공사들 “죽을맛”

입력 | 2004-10-06 18:32:00


유럽이 폭탄테러 장난전화에 떨고 있다.

5일 독일 루프트한자 소속 여객기 한 대가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중 항공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객기에 폭탄이 있다는 전화였다. 루프트한자측은 장난전화로 여기고 비행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2대를 출동시켜 해당 여객기를 키프로스에 비상 착륙하도록 유도했다. 여객기 수색 결과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키프로스 정부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사전 허가 없이 자국의 비행 통제 구역으로 여객기를 유도한 데 대해 이스라엘 정부에 엄중 항의했다.

이날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큰 혼란과 손실이 뒤따른 ‘사건’이었다. 최근 열흘간 유럽에선 비슷한 ‘사건’이 6건이나 일어나 유럽 항공사들이 장난전화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해 뉴욕으로 가던 올림픽 에어라인 소속 여객기가 장난전화로 런던에 비상 착륙한 것을 시작으로 브리티시 에어, 싱가포르 에어라인 등이 같은 이유로 비상 착륙 사태를 겪었다.

‘국제 항공 안보’ 편집장 필립 바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여객기에 폭발물을 몰래 싣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만약 성공한다면 경고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때로는 항공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때, 항공사의 소유주가 바뀔 때 장난전화가 걸려오기도 하며 탑승 시간에 늦은 승객이 출발을 지연시키기 위해 고의로 전화를 거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항공사측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비상 착륙을 할 수 밖에 없다. 비상 착륙으로 입는 손실도 1건당 수십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름값뿐 아니라 비상착륙할 때 공항 사용료를 내야하기 때문. 항공기 스케줄에도 차질이 빚어져 항공사측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