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盧成大)는 휴대전화나 차량의 단말기를 통해 방송을 보는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의 지상파 TV 프로그램 재전송(실시간 방송)을 불허한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중순 서비스를 시작하려던 위성 DMB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져 방송통신융합시대에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세계 첫 위성 DMB 서비스를 두고 일본과 벌여 온 선점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됐다.
방송위는 이날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불허하되, 지상파 DMB 허가 추천 때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며 “위성 DMB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준과 지침을 8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파 DMB는 아직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나오지 않아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은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KBS 등 지상파와 지역민방의 노조는 그동안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허용하면 지역 방송이 고사하고 방송의 상업화와 사영화가 이뤄진다”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등 강력히 반발해 왔다.
위성 DMB 사업을 유일하게 준비해 온 TU미디어 관계자는 이날 “지상파를 서비스하지 못하면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 이 문제를 사업 포기를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성 발사와 운영 및 방송센터 설치 등 수천억원의 투자비 손실이 불가피하고 단말기 제조업 등 연관 산업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위성 DMB 사업을 추진해 온 일본 모바일방송주식회사(MBCo)는 7월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20일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황근(黃懃)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지상파들의 이기적 의도에 방송위가 장단을 맞춘 꼴”이라며 “방송위가 미래의 방송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위성DMB:
휴대전화나 차량용 단말기를 통해 이동 중에도 방송을 볼 수 있는 뉴미디어. 위성DMB는 인공위성을 통해, 지상파DMB는 지상의 중계기로 전파를 보낸다. 위성DMB는 SKT의 자회사인 TU미디어가 비디오 12개와 오디오 22개 채널로 유료 방송할 계획이다. 수신료는 월 1만4000원 안팎. 지상파DMB는 KBS 등 지상파 3사가 추진 중이며 무료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