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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부천필-한국페스티벌앙상블 파우스트 집중 조명

입력 | 2004-10-04 19:05:00

국립오페라단이 1995년 공연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동아일보 자료사진


문호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음악회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달부터 12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리는 ‘음시(音詩)’ 시리즈 첫회를 ‘리스트와 파우스트’로 장식한다. 8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콘서트에서는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이자 교향시의 창시자인 프란츠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와 ‘파우스트 교향곡’을 임헌정 음악감독의 지휘로 선보일 예정.

이어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음악감독 박은희)은 22, 23일 오후 7시반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으로 ‘파우스트 인 뮤직’을 무대에 올린다. 슈베르트 ‘물레 잣는 그레트헨’, 무소르그스키 ‘벼룩의 노래’ 등 ‘파우스트’에 나오는 대사에 곡을 붙인 성악곡과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의 하이라이트,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 등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곡들을 연주한다.

두 콘서트에서 연주되는 작품들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수록곡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셈해도 모두 8곡. 이외에도 슈만 바그너 말러 부소니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파우스트’를 교향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왜 ‘파우스트’는 음악가들이 사랑하는 소재가 됐을까.

박 음악감독은 “파우스트와 연인 그레트헨,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등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해 음악적 이미지를 부가하기 쉽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최근 파우스트 연구서 ‘괴테 파우스트 휴머니즘’을 펴낸 독문학자 김수용 교수(연세대)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파우스트적 가치관이 당시 고전음악의 소비층이던 시민계층의 세계관과 일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니체가 “독일인들은 헤겔이 없어도 영원한 헤겔주의자”라고 말했던 것처럼 19세기 독일 시민계층은 진보의 세계관을 신봉했고, 이를 간파한 음악가들이 음악 소재로 ‘파우스트’를 즐겨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프랑스 작곡가들은 주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 매료됐는데, 이는 프랑스 특유의 세기말적 분위기가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캐릭터에 들어맞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의 이번 공연은 그동안 니체, 셰익스피어 등의 문학작품을 소재로 등장시킨 ‘문학과 음악’ 시리즈의 3번째 순서다.

부천필의 ‘음시’는 2만∼3만원, 02-580-1300. 한국페스티벌앙상블 ‘파우스트 인 뮤직’은 1만∼2만원, 02-501-8477.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