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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비]“희망줘야 참된 지도자”

입력 | 2004-09-23 19:25:00


궁중 예언자 이사야는 절망적인 국가의 위기 앞에서 “화(禍)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 부정한 백성 중에 거하면서 만군의 여호와이신 왕을 뵈었음이로다”라고 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사야 때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 앞에 서 있다. 위기란 밖에서의 공격이 아니라 안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밖에서 공격을 받으면 안으로는 더 결속하지만 안에서 갈등하고 분열하고 싸우면 스스로 망하게 된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북한의 핵이 아니다. 중국과 미국과 일본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 이념논쟁과 편 가르기와 서로 물어뜯고 하는 것이 문제다. 빨리 철이 나고 깨달아서 갈등과 논쟁과 투쟁을 접어두고 힘을 합해 국가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

국가보안법 철폐나 과거사 정리, 친일파 논쟁은 결코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민족의 대로가 열릴 것이라는 환상은 금물이다. 불난 집에 석유를 뿌리듯 더 많은 갈등과 논쟁과 편 가르기를 할 뿐이다.

이런 주제들은 국민의 합의 아래 시간을 가지고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시급한 일은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외치는 지도자의 고백이다. 누군가 “지도자들만 회개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 있는 말이다.

타인을 향한 예리한 공격과 비판을 멈추어야 한다. 스스로 더러워진 우리들의 입술을 고백하고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려야 한다. 참된 회개는 희망을 가져온다. 진정한 지도자는 희망의 전도사요, 비전의 사도이다. 그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생업에 충실하게 하고,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한다.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다른 것을 하나로 융합하는 예술의 천재다.

회개는 강요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폭력으로 평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정의로 사랑은 태어나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서로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이제 서로가 가슴을 열고 하나 되는 기적을 바라보자.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는 고백과 함께 눈물 어린 대화를 기대해 보자.

열 번 넘어져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서로의 허물과 실수를 감싸주며, 화해와 용서의 감동을 주게 하는 지도자는 없을까?

희망의 전도사, 그 이름은 참된 지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