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직후 잇따라 버려진 뒤 같은 아동복지센터에 들어온 4세 남아와 2세 여아가 남매라는 사실이 경찰의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밝혀졌다.
2001년 9월 28일 오전 6시20분경 대구 달성군 논공읍의 한 주택가 대문 안쪽.
탯줄도 떼어내지 않은 갓 난 남자 아이가 보자기 속에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 아이는 곧바로 대구 남구 봉덕동의 만 3세 미만 아동수용시설인 대구아동복지센터로 옮겨져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2003년 11월 17일. 대구 달서구 본리동 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종이가방에 든 갓 난 여자 아이가 발견됐다. 같은 시설로 보내진 이 아이에게 센터측이 송○○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러나 이 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은 송양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 생김새와 눈, 코 모양 등 외모뿐 아니라 행동이 이군과 똑같았기 때문.
송금선 사회복지사는 “손가락 빠는 모습 등 버릇과 행동거지까지 판박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도 이 아이들이 남매가 아니냐고 묻곤 했다”고 말했다.
센터측은 인근 경찰서에 의뢰해 각자의 부모 찾기에 나섰지만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남매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두 아이의 DNA 검사를 의뢰했다.
두 아이의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4일 이들이 친남매임을 확인했다.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두 아이를 생후 3일 이내에 버렸고 메모나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아 부모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송양의 성을 이씨로 바꾸기로 했으며, 입양 등을 시킬 때 친남매임을 고려해 같은 곳으로 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