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2기 의문사위가 남긴것]잇단 잡음…국가정체성 논란 불러

입력 | 2004-07-30 18:38:00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활동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상범 위원장, 김희수 상임위원, 홍춘의 상임위원, 이기욱, 이석영, 강경근, 황상익 위원.- 박경모기자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기 위원회가 30일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지난해 7월 활동을 시작한 2기 의문사위는 대통령에 대한 보고 후 5개월 이내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제외한 조사관들의 임기가 이날로 모두 끝났다.

2기 의문사위는 1기 의문사위에서 진상 규명이 미진했던 44건을 대상으로 조사 활동을 재개해 이중 ‘심오석 사건’ 등 11건을 의문사로 인정하는 등의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간첩 빨치산 출신 사망자의 민주화 기여 인정,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둘러싼 국방부와의 충돌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활동 및 성과=2기 의문사위가 담당한 44건은 모두 1기 의문사위가 조사했던 사건. 1기의문사위는 이중 30건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불능’, 나머지 14건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었다.

2기 의문사위는 이들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위해 지난 1년간 모두 3560명의 참고인을 소환했으며 219회의 실지조사, 948회의 방문조사 등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1976년 경북대 의대 유신반대 철야농성의 배후자로 주목돼 공안기관의 고문으로 사망한 심오석씨 사건, 1987년 군 부재자투표의 선거부정 과정에서 상관의 구타로 사망한 정연관씨 사건 등 모두 11건을 의문사로 인정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장준하 선생 사건 등을 포함해 전체 건수의 반 이상인 24건(55%)이 조사 권한의 미흡과 조사 기간 부족을 이유로 ‘진상규명 불능’으로 처리됐으며 7건은 기각, 2건은 각하 처리됐다.

2기 의문사위의 성과로는 80년대 운동권 출신 강제징집을 위해 국가기관은 물론 대학 당국까지 가담(김두황, 최온순 사건)했고, 군 기무사 등이 ‘망’을 이용해 운동권 출신 사병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이승삼, 박성은 사건)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꼽힌다. 또 장준하 선생 사건에 대해 컴퓨터 추락실험 결과를 통해 추락사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논란과 문제점=2기 의문사위는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문제들로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논란은 의문사위 직원의 행동이나 이 기구의 결정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것이어서 빚어진 측면이 많았다.

지난해 11월경 계약직 전문위원 최모씨(35)가 서울시청 앞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화염병을 운반한 혐의(화염병처벌법 위반)로 구속되면서 자질 시비에 휘말렸다.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소속 위원 및 직원 43명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가정보원과 군 기무사 등을 상대로 한 조사 과정에서도 문서 공개를 놓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안응모 전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 차장은 5월경 자신에게 동행명령을 집행한 것과 관련해 의문사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것은 이달 1일 간첩 및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 손윤규씨 등 3명에 대한 의문사 인정 결정.

1기 의문사위가 “민주화운동과는 연관성이 없다”며 기각한 사안에 대해 2기 의문사위가 “결과적으로 민주화에 기여했다”며 번복 결정을 내리자 보수단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사상 전향을 거부하다 사망한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미화한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국가적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 사안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의문사위가 ‘대통령 보고서에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을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과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또 이달 중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놓고 의문사위와 국방부간에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방부 특별조사단 인길연 상사가 의문사위 조사관들에게 총기를 발사했다”는 의문사위 주장을 계기로 불거진 이 사안은 이후 감사원 특별감사로 이어졌고, 감사원은 30일 “두 기관 모두 일정 부분 과잉 대응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문사위는 이밖에도 조사관 중 일부가 간첩 혐의 등으로 복역한 전력이 있고 간첩 사노맹 출신 조사관이 군 장성급 예비역을 수사했다는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