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병운·金秉云)는 9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이인제(李仁濟) 자민련 의원의 자택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날 검증은 이 의원의 전 공보특보 김윤수(金允秀)씨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측이 이 의원의 지지를 부탁하기 위해 건넨 2억5000만원을 이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을 이 의원측이 극구 부인함에 따라 이루어졌다.
김씨는 “2002년 12월 초 이 의원의 집을 찾아가 1층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단은 이에 따라 김씨가 현금 2억5000만원의 무게와 비슷한 30kg의 종이상자를 혼자서 들고 집 2층으로 옮길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그러나 김씨는 “한 달 전 구치소에서 허리를 다쳐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한다”고 말했고 재판부는 “기회는 한 번뿐이니 힘들더라도 조심해서 들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은 미리 직접 상자를 들고 무게를 가늠해 봤다.
변호인단은 “평소 외부인이 출입하는 1층에서 이 의원의 주거공간인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화분 등으로 막혀 있어 김씨가 상자를 들고 통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당시 김씨를 위해 열려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돈을 주고받은 정황에 대해 이 의원의 부인과 대질신문을 받기도 했다. 이날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으며 이 의원의 지지자 50여명도 ‘진실은 밝혀진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현장을 지켰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