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親盧) 인터넷사이트 ‘서프라이즈’ 대표 서영석씨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론하며 교수 임용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여기에 정 장관이 개입하지 않았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청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위 언론을 표방하고 있는 인터넷 매체와 정권과의 ‘커넥션’마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프라이즈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이트로 시작된 정치비평 인터넷 매체다. 창간 1주년 때는 노 대통령이 축하 기고를 했으며, 5월엔 객원논설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가져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와 연관을 맺고 있는 인사라면 이 매체와 여권의 친밀한 관계를 모를 리 없다.
서씨가 ‘정 장관의 이름을 팔아’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에게 자기 아내를 교수로 임용시켜 달라고 청탁하고, 심 원장은 현직 문화부 차관에게, 차관은 다시 사립대 교수에게 릴레이 청탁을 했다. 정권과 서프라이즈의 신(新) 권언유착(權言癒着)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언론의 본분을 외면하고 여권 찬양에만 열 올리는 인터넷 매체를 언론으로 인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권측이 그 매체에 오른 내용을 여론으로 착각하고 균형된 시각을 잃은 채 국정을 운영했을 수 있는 개연성이다.
서씨의 공개사과와 대표직 사퇴로 신 권언유착의 1막은 끝났다. 그러나 정권측이 입맛에 맞는 언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비판적 신문에는 ‘개혁’ 운운하며 위협하는 한 제2, 제3의 서프라이즈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밖에 없다. 권언유착의 주체는 역시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