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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세계가 주목한다]北-中 동시등재 이후

입력 | 2004-07-01 18:52:00

북한 평양시 대성구역 대성동에 있는 3∼5세기경의 고구려 대성산성. 북한의 국보 8호인 이 산성은 1978년 총길이 9.2km의 성벽이 복원됐으며 내부에서 식량창고터, 무기고터, 병실터, 20여개의 성문터 등이 발견돼 평양성이 공격받을 때 전투용 궁성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 여호규 교수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나란히 등재된 것은 고구려 유적이 인류가 함께 기리고 보존해야 할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는 의미다.

특히 재정난과 기술부족으로 문화재 보존·복원 및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북한은 이번 등재 결정으로 세계유산기금(WHF) 등 국제단체의 재정적 인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엄격히 제한됐던 고구려 유적에 대한 일반 관광객의 접근도 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등재는 고구려사 귀속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 역사공방의 1라운드”라는 점을 함께 지적한다.

● 평양시 전역, 고구려 유적지구 등재 검토해야

이번 등재는 ‘고구려 유적의 세계화’를 위한 교두보 확보의 성격이 짙다. 추후 세계문화유산 목록을 확장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측 등재 유산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귀족의 무덤’으로 범위가 넓은 반면 북한 목록은 ‘고구려 고분군’(벽화고분 16기 포함)으로 고분에만 한정됐다(표 참조). 또 중국은 이미 세계문화유산을 29건이나 등재한 경험이 있어 첫 등재가 이뤄진 북한에 비해 그 활용 요령을 훨씬 잘 터득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등재에 맞춰 대규모 기념행사를 여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에 맞대응하는 전략으로 국내 고구려 전문가들은 북한의 다른 고분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추가시키면서 고구려의 마지막 수도이자 고구려 문화의 정수(精髓)가 집적된 평양시 전역을 유적지구로 등재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한국외국어대 여호규 교수(고구려사)는 “한국도 석굴암과 불국사를 먼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뒤 경주라는 도시 공간 전체를 별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면서 “고구려 후기 문화의 정수인 평양성 전체가 별도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구려 평양성의 유적으로는 현재 평양시 외곽에 있는 대성산성, 안학궁, 청암리토성 등이 꼽힌다. 여기에 평양성 외곽에 고리 모양의 방어선으로 구축됐던 청룡산성과 자모산성(북), 흘골산성(동), 휴류산성(남), 황룡산성(서)을 묶을 수 있다.

● 남북 문화재 공동 관리, 공식 접촉채널도 없어

북한 내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추가 등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공조가 절실하다. 세계유산기금(WHF) 등 국제단체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복원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간에는 문화재 담당 부서간 공식 접촉채널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벽화고분 전문가인 울산대 전호태 교수는 “북한은 고구려 유적에 대한 접근을 유네스코 조사단에조차 선별적으로 허용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등재로 인해 고구려사가 한국사인 동시에 중국사의 일부라는 중국측의 일사양용(一史兩用)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따라서 더욱 집요해질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공세에 맞설 대응논리의 개발이 중요해졌다.

고구려연구재단 임기환 연구위원은 “중국이 자국 내 고구려 유적을 복원하면서 중국풍으로 고쳐 놓고는 고구려가 중국의 영향을 받은 증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면서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중간 역사논쟁은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이고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목록유적 종류북한중국성(城)과 기타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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