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큼 프로야구에 조예가 있는 팬이라도 두산 팬이 아니라면 이승준(28)을 아는 이는 드물다.
2004년 가이드북을 보면 이승준은 동대문상고(현 청원고), 중앙대를 거친 6년생 외야수로 돼 있다. 28세에 6년생이라?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만큼 철저히 무명이란 뜻. 5년간 통산 성적도 지난해 24경기에 나가 2홈런 8안타 3타점을 친 게 고작이다.
사실 이승준은 엄밀한 의미에서 올해가 6년차가 아닌 4년차다. 99년 두산의 2차 3번째 선수로 지명돼 이듬해까진 1군에 올라온 적이 없었고 2001년부터는 군복무를 위해 2년간 상무에서 뛰었다. 당연히 복무기간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승준은 5년간 30경기 이내에 출전해 입단 6년째로는 사상 처음으로 신인자격마저 갖춘 선수.
그는 올해도 2군을 오가는 후보 외야수로 출발했지만 지난달 윤재국이 LG 투수 서승화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중상을 당한 게 주전을 차지하는 행운이 됐다.
이런 이승준이 15일 삼성과의 잠실경기에서 ‘사고’를 쳤다.
이승준은 1-0으로 앞선 2회 1점 홈런에 이어 3회에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직전 경기인 13일 광주 기아전에서 마지막 타석인 8회 2점 홈런을 터뜨렸으니 3연타석 홈런. 이는 올 시즌 처음이자 23년 역사의 프로야구에서도 불과 22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
이승준은 6-6으로 맞선 9회에는 무사 2, 3루에서 천하의 삼성 마무리 임창용으로부터 프로 첫 고의볼넷을 얻는 ‘영광’도 안았다. 4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
두산은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유재웅이 시즌 1호이자 통산 12호인 끝내기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얻어 7-6으로 재역전승, 선두 현대에 2승차까지 따라붙는 돌풍을 이어갔다.
이색 중고 신인 이승준의 늦깎이 활약이 프로야구의 색다른 묘미를 안기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