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 82명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를 구명하기 위해 선고 하루 전인 그제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개혁을 앞세우는 집권당 의원들이 17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검은돈 비리 혐의자 구명운동부터 나선 격이니 참으로 볼썽사납다.
서명한 의원들 중에는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이광재 의원을 비롯한 386그룹과 전대협, 민변 출신도 많다고 하니 더욱 개탄스럽다. ‘소장 개혁파’로 분류되는 이들은 도덕성, 개혁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기성 정치인들보다 낫다고 자부해 오지 않았는가.
이들은 탄원서에서 안씨를 “정치 현실의 희생자” “개혁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우리 시대의 동반자”라고 옹호했다. 이런 논리라면 같은 성격의 혐의로 수감 중인 다른 모든 정치인들도 ‘시대의 희생자’가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안씨가 대통령의 측근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처럼 많은 의원들이 ‘흔쾌히’ 탄원서에 서명했을지도 의문이다.
재판부는 어제 선고 공판에서 안씨에게 “공정 선거와 민주 발전을 저해하는 범행으로 국민에게 큰 허탈감을 주었다”며 징역 2년6월에 몰수·추징금 13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안씨에 대한 구명 탄원 이유를 정반대의 논리로 반박한 셈이다.
개혁을 얘기하려면 남보다 자신에게 몇 배 더 엄격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불법 행위는 응징되어야 마땅하고, 자신의 불법은 개혁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일탈쯤으로 여긴다면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여당의 재·보선 참패도 이런 위선적 사고와 오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