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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협상 1차협상 마무리…협상조건 숨긴채 치열한 탐색전

입력 | 2004-06-04 18:16:00


한국이 ‘쌀 재협상’에 참가하는 9개 쌀 수출국과 각각 가진 1차 양자(兩者)협상이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한국-아르헨티나’ 협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어느 정도 ‘상견례’ 성격을 지닌 1차 협상에서 구체적 협상조건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국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치열한 탐색전이 펼쳐졌다. 국가별로 한국의 쌀시장 개방과 관련한 협상전략의 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인 쌀 수출국들=1차 협상에서 드러난 쌀 수출국들의 협상 카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이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물량 확대형’과 ‘관세화(농산물 수입을 자유화하되 관세를 물려 수입량을 조절하는 것)를 통한 시장 개방형’, ‘반대급부형’이다.

MMA물량 확대형은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대표단은 1차 협상에서 관세화에 대한 언급 없이 ‘실질적인 시장 접근’을 요구했다. 이 협상 카드는 미국산 쌀이 중국산 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국측에 ‘관세화 유예 기간 연장’이라는 ‘선물’을 주는 대신 MMA물량을 늘려 일반 가정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도 1차 협상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장 진출’을 강조했기 때문에 미국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중국과 태국은 관세화를 통한 시장 개방을 내세우고 있다.

두 나라는 각각 ‘상호이익의 실현’과 ‘시장 접근의 질적 개선’을 언급하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본원칙인 무역자유화’ ‘농업협정상 관세화가 기본원칙’ 등을 강조했다.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만큼 관세화를 통해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캐나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인도 이집트 등 나머지 5개국은 한국에 대한 실질적인 쌀 수출보다는 쇠고기 보리 옥수수 등 다른 농축산물의 대한(對韓) 수출을 위한 ‘반대급부 카드’로 사용하는 듯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쌀 생산을 아예 하지 않거나 한국인 입맛에 맞는, 쌀 길이가 짧은 단립종(자포니카)쌀을 생산하지 않고 있기 때문.

▽2차 협상 일정과 정부 대응 방안=2차 협상은 이달 중순경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1차 협상이 각국의 의사를 타진하는 수준에서 순조롭게 끝났다면 2차 협상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커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는 시장 개방을 전제로 한 쌀 관세화가 농민들의 극렬한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단 관세화 유예에 비중을 두고 협상에 임할 방침이다. 하지만 실리를 잃으면서까지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