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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인질극은 석유테러 서곡”…추가테러 잇단 경고

입력 | 2004-05-31 18:52:00


《지난달 29, 30일 발생한 인질 테러보다 더욱 강력한 테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진정 국면을 보이던 국제 원유가가 다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은 사우디에서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급진 이슬람사상을 교육하는 종교학교를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자업자득론’을 주장해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를 반영했다.》

▽추가 테러 경고=영국 더 타임스는 30일 사우디 인질극을 계획한 테러범들이 새로운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 테러범들은 석유시설이나 사우디-바레인간 수송로를 노릴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호주 외무부도 31일 “테러범들이 외국인 건물을 추가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사우디 안에서 언제 어디서든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및 프랑스 외무부는 자국민들에게 사우디 여행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엑손 모빌, 로열 더치 셸 등 서방 석유기업들은 사우디 주재 인력을 줄여 최소 인원만 남기거나 사무실을 인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가 불안 우려=후속 테러 우려에 따른 불안과 석유시설 피습 가능성으로 미국의 현충일 연휴가 끝난 뒤 1일 열리는 국제원유시장 동향이 주목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원유가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러범들이 사우디의 석유부문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노리고 있어 석유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3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에서는 증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산 능력을 갖춘 회원국은 사우디뿐이다.

특히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석유은행’인 사우디의 수출이 위태로워지면 1979년 이란혁명으로 세계 석유공급이 7% 감소하면서 원유가가 배럴당 75∼80달러(현재가치 기준)까지 치솟았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사우디 테러는 자업자득”=미국 리처드 루가(공화·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은 30일 “사우디 정부는 아직도 사원학교인 마드라사에 재정지원을 한다”며 “여기서 무장조직에 참여하고 미국-사우디 관계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배출된다”고 비판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미국은 석유 때문에 사우디를 보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종교의 가장 나쁜 면만을 가르치는 학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런던·캔버라·워싱턴=외신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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