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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이모의 결혼식’…"이모부는 파란눈"

입력 | 2004-05-30 17:19:00


◇이모의 결혼식/선현경 글 그림/24쪽 8500원 비룡소(6세 이상)

‘이모의 결혼식’은 한글을 깨친 아이들이 친구의 그림일기나 기행문을 읽듯이 보면 좋을 책이다. 화자도 ‘나’이다.

‘나’는 이모의 결혼식 들러리로 초대받아 그리스 시골마을 스피나리를 찾는다.

비행기 탔을 때의 신기함, 마중 나온 외국인 이모부의 첫인상, 그리스의 섬 크레타의 풍광, 그리스의 결혼풍속과 음식 등이 어린이 시각으로 묘사된다.

‘이모와 이모부가 될 아저씨는 우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아주 기뻐도 눈물이 나온다고 했죠.’

자칫 밋밋할지 모르는 이야기는 ‘눈물’을 등장시켜 주제를 부각시킨다.

‘나’는 이모부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말도 잘 안 통하고 눈도 파랗고 배도 나왔다. 그래서 결혼식 내내 뽀뽀를 거부한다.

외국인에 대한 생경함으로 거부감을 느끼지만 차차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결혼식이 끝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얼마 후 이모부가 집에 온다.

‘우아!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죠. 기분은 좋은데…눈에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나는 무지 좋아서 이모부를 안고 뽀뽀를 했답니다.’

인물들의 과장되고 풍부한 표정, 큼직큼직한 몸동작 같은 만화적 기법에 사인펜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화려하고 밝은 색채의 그림이 거리감을 좁혀준다. 아이들 그림 같은 터치가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안전띠를 발끈 매고 기내식을 맛있게 먹는 꽃무늬 원피스의 주인공, 아이의 설렘을 표현한 대담한 탁자보의 꽃송이 등 발랄한 그림이 보는 이를 흠뻑 빠져들게 한다.”(그림책작가 이영경)

머리에 항상 수건을 쓰고 있는 책 속의 아빠가 낯설지 않다. ‘도날드 닭’의 작가, 만화가 이우일이다. 작가 선현경은 실제로 자신의 동생 결혼식에 참석했던 남편 이우일, 딸 은서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 책의 작업을 시작했단다.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시상식에 맨다리에 꽃무늬 치마를 입고 엄마를 따라온 은서의 모습은 책 속의 은서와 똑같았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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