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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경제 이야기]박원재/日전자업계 과감한 투자

입력 | 2004-05-17 17:38:00


마쓰시타전기는 900억엔(약 9000억원)을 들여 내년 가을까지 일본 효고(兵庫)현에 세계 최대 규모의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마쓰시타의 세계 PDP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8.3%로 후지쓰히타치(23.9%), 삼성SDI(20.0%)에 이어 3위. 새 공장에서 월 25만개의 PDP를 생산하면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려 세계시장 장악이 가능할 것으로 마쓰시타측은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전자업계의 설비투자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3월 말 결산에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데 자신을 얻은 듯 업체마다 앞 다퉈 공장 신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일본 제조업 전체의 설비투자 증가율(예상치)은 10.1%로 높은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전자업계의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8.3% 늘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디지털가전 분야에서 실적이 20∼30% 증가한 수준으로는 ‘호조’라는 표현을 붙이기가 어색할 정도.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증가율이 적어도 50%는 돼야 ‘요즘 형편이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는 디지털카메라의 업체별 생산량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00만대를 생산한 산요는 올해 2000만대로 늘릴 계획이고 소니는 1000만대에서 1500만대로, 캐논은 860만대에서 1500만대로 생산량을 늘려 잡았다. 휴대전화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 단가는 매년 25%씩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 8∼10%나 상승하는 이변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디지털 경기의 ‘거품 붕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모든 업체가 증산에만 몰두한 탓에 설비투자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현재의 수요가 충족되는 내년이나 2006년쯤 공급과잉으로 인해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전자업계는 1999년 2월∼2000년 말의 정보기술(IT) 호황 때 투자를 늘렸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고생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제 막 장기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온 상황에서 거품 경계론이 나오는 것은 일본인 특유의 ‘몸 사리기’일까. 거품을 걱정할 만큼 일본 경제가 호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쿄= 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